새해벽두 ‘썰전’<1> 시어머니vs 며느리 “우리, 이 말 만은 하지 말자구요”
명절증후군을 앓는 한국의 며느리만큼은 아니더라도, 민족의 대이동 끝에 만나는 한국의 시어머니는 아니더라도, 이곳 미주 한인사회에도 ‘시월드’는 있고 ‘며느리 시집살이’는 있다.
명절 끝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부부싸움’이라고 한다. 시어머니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며느리에게 받는 섭섭함을 만만한 남편들에게 풀어대는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고명한 심리학박사님들의 ‘고부간 대화법’이 등장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도 안 하니만 못할 수도 있다.
여기 한인가정의 며느리, 시어머니들이 생생하게 털어놓는 ‘새해에는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 있다. 2015년, 제발 이 말 만큼은 하지 말아달라는 당신의 며느리, 혹은 시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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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10명이 뽑은 듣기 싫은 말
1.”얼굴 좋아 졌구나…살쪘니?”
헐… 어머니, 저 독감 걸렸거든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며느리의 상황과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무한 반복으로 설정해놓은 시어머니의 첫 인사. 이젠 바꿔 주세요….
(풀러튼에 사는 통통한 며느리 K씨)
2.”아범 얼굴은 왜 저러니?”
네. 좋은 건 아범 안주고 저만 먹어서 그래요…. 근데 우리 엄만 제 얼굴 보면 속상해 하세요.
(어바인 외조의 여왕 L씨)
3.”미국에 시집 온 거 다행인 줄 알아라”
감사합니다. 미국으로 시집와서 월마트에서 쇼핑하며 팔자에 없는 외제차 타구 사네요. 근데 어머니 미국에 살면서 시집살이는 왜 한국식일까요?
(10년 만에 영주권 딴 며느리 P씨)
4.”주여… 교회 나가야지”
지난번 어머님 친구분들 모여 자기 며느리들 흉보시며 깔깔거리시는 거 봤어요. 마지막에 기도하시는 거 보고 권사님들 모임인 줄 알았구요. 교회 권사님과 어머님. 어떤 것이 진짜 어머님이신지요? 알려주시면 고려해 볼게요…
(알고보니 모태신앙 며느리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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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오 마이 갓~ 애들 옷이 저게 뭐니?”
웁스. 어머니 죄송해요. 맘에 안 드세요? 작년에 어머님께서 사 주신 건데요?
(LA자바 디자이너 출신 며느리 M씨)
6.”넌 애가 무슨 말을 안 하니?”
말해도 듣지 않으시고 말해도 변하지 않으시니까요. 무엇보다… 어머님께서 제 몫까지 다 하시는데요 뭐.
(수다가 취미인 며느리 S씨)
7.”전화 좀 자주 해라. 얼굴 잊어 버리겠다”
설마요… 어머님이 매일 하시 잖아요…
(스마트폰 매니아 며느리 O씨)
8.”이게 다 너를 딸처럼 생각해서다”
사양하겠습니다. 어머니. 부디 저를 며느리로만 대해주세요. 저 어머니 딸 하기 싫어요….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고 할 도리를 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고부간이라 생각합니다.(시누이만 3명인 며느리 C씨)
9.”앞 집 며느리는 시부모한테 그렇게 잘 한다는데… “
어머, 어머니 뒷 집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끔찍히 여긴대요! 그 집 며느리는 무슨 복을 타고 났을 까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머니도 듣기 싫으시지요? 비교는 금물.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살자구요! (옆집 며느리 B씨)
10.”집에서 뭐 하는 일이 있다구…”
네 어머니. 저는 집에서 맨날 빈둥빈둥 놀아요. 아침 6시에 일어나 애들 도시락 싸고 학교 보내고 아침상 봐서 아범 출근시키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애들 학원 라이드에 장봐서 저녁준비 밖에 안 하고 살아요…. 그런데 어머님은 집에서 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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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2015년에는 이렇게 해라
-자기주장을 해라. 설사 달라지는 것이 없더라도. 단 부드럽고 지혜롭게.
-시어머니의 말씀 중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하는 것이 많음을 배워라.
-자신의 한계를 미리 정하고, 그것을 알리라.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 그것은 당신을 속박시키는 주범이다.
-시누이와 자신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 고깝게 생각하지 마라. 당신도 친정에서는 시누이다.
-시어머니를 긍휼히 여겨라. 시어머니는 서서히 노쇠해질 수밖에 없다.
●시어머니 10인이 뽑은 듣기 싫은 말
1.”집을 사려는데… 다운페이가 모자라요”
어쩌라구? 난 월 페이먼트도 모자란다. 이제 너희 살 집 너희 힘으로 마련해라. 생전 전화도 잘 안 하고 만나도 뚱하던 애가 근래 좀 달라졌다 했더니….
(아들 대학에 사업자금까지 대 준 세리토스 김여사)
2.”요즘은 노인아파트가 더 좋던데요!”
그렇게 좋으면 니가 살아라! 우리도 너희와 함께 살 생각도 없지만 말이라도 같이 살자 해주면 얼마나 기특할까? 아직 정정한 부모 앞에 두고 늙으면 딴 생각 하지 말고 노인 아파트로 가라는 거 같아 기분 나뻐 얘!!
(올해 62세 맞는 가든그로브 박여사)
3.”어머니는 그냥 가만히 계세요”
내가 가마니냐? 가만히 있게? 이것이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아나….
(시니어 등산동호회 회원 미세스 리)
4.”무슨 음식을 이렇게 많이 하세요?”
너 먹는 거랑 너 싸가는 거는 생각 안 하니? 너도 자식 키우니 알 것 아니냐.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먹일 생각에 이것 저것 만들어 먹이고 싸 보내는 어미 마음을…. 그저 어머니 맛있어요 하면 될 것을.
(풀러튼 큰 손. 한여사)
5. “아범한테 얘기하세요”
아범은 너한테 얘기하라는데? 걔가 어디 내 말을 듣냐? 와이프 말이라면 벌벌 떠는 아들녀석 보면 옛 말 하나 틀린 것 없다. 결혼한 아들은 며느리의 남자라는…
(아들만 셋. 어바인 전여사)
6.”어머니는 설명해도 모르세요”
설명이나 해 주구 얘기해라. 너두 니 아들, 며느리한테 똑 같은 얘기 듣는 날이 있을 거다. 그 때 이 기분을 알려나? 먼 이야기 같지? 얼마 안 남았다.
(이대 나온 시어머니 조여사)
7.”음식에 조미료 넣지 마세요”
내가 넣으면 조미료구 니가 넣으면 건강식품이냐? 너 미역국에 피쉬소스 들이붓는 거 난 다 봤다!!
(전직 한식당 주방장 출신 최여사)
8.”에이 어머니~ 이런 거 애들은 안 좋아해요”
입은 삐뚤어 졌어도 말은 바로 하자. 니가 안 좋은 게 아니구?
(유치원 원장 출신 심여사)
9.”애들 좀 봐주세요”
니 애들은 니가 봐라
(외손주 5명 키운 부에나 팍 이여사)
10.”누가 어머니 아들 아니랄까 봐…”
누가 너네 아들 욕하면 기분 좋겠니? 게다가 네 남편은 나 하나도 안 닮았다. 니 시아버지 닮았다.
(마흔에 홀로된 LA 권여사)
▶시어머니, 2015년은 이렇게 하세요
-아들 내외의 생활방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며느리의 언행에 대해 판단하지 말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라.
-며느리에게 의무감을 심어주려고 하지 마라.
-며느리네 집에 가서는 청소도 말고, 정리도 말고, 구석구석 들여다보지 마라.
-며느리에 대한 푸념을 딸에게 늘어놓는 것은 절대 하지 마라
-가족들 앞에서 며느리를 인정하고 치켜 세워주고 고마움을 표현하라.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