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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지난해 10월 이전만 해도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돌 가수였다. ‘나 혼자 산다’에서 통장 잔고가 3천여원밖에 안남았지만, 넉살과 친화력만큼은 최강이었다. 우리가 아는 일본인 캐릭터가 아니다.(강남은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무에게나 말을 걸어 친구를 만든다. 결국 지하철에서 만나 친구가 된 동갑내기와 통장 업무를 봐주는 은행 여직원을 불러 한턱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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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호감과 비호감을 넘나드는 캐릭터지만 “장난은 치는데 속이 깊어” “까불어도 매너가 있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면 오래 갈 것 같다. 많이 까불고 안까불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와 그 속에 인간미,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김소연도 마찬가지다. 김소연이 ‘진짜 사나이’ 여군편에서 어필할지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평범한 구멍병사, 또는 민폐 캐릭터에 머무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소연은 웃기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줘 떴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한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 뜰 것이냐는 예상보다는 예능이건, 연기건, 음악이건 자신속에 있는 솔직한 모습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상황과 만나 모멘텀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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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좋지 못하면 연기를 잘 하는 한석규도 식상하게 보이는 시대다. 콘텐츠가 좋은 ‘미생’은 종영하고도 장그래 등 4대 신입사원과 오차장 외에도 4명의 대리들이 주연보다도 더 많은 인터뷰를 하러 다니며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나영석 PD의 콘텐츠에 출연하면 예능감이 약해도 걱정 안해도 된다. 예능감이 별로 없는 옥택연까지 예능스타로 만들어낸다.
신인이 새롭게 스타로 부상할 수도 있고, 주춤한 스타가 새로운 모습을 통해 재발견되면 다시 스타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그 방법을 요약하면, 올해 스타로 탄생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자신의 솔직한 모습이 담겨있는 매력을 보여주고, 좋은 콘텐츠와 만날 것 등이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 더 덧붙여야 할 게 있다. 혜리가 과연 3초간의 애교 하나로 10개의 CF 기회를 얻어 20억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냈을까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혜리는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가 아닌 평상시 공부를 해놓은 것이다. 자신의 위상을 확 바꿔준 상황은 불과 3초간 벌어진 일이지만, 이런 상황의 리액션이 나오기까지는 10년 넘게 걸렸다고 봐야한다. 혜리는 애교가 특기가 아니다. 평상시 지니고 있는 꾸밈없고 솔직한 매력이 상황을 만나 애교로 표출된 것이다. 그러니 요행을 꿈꿔서는 안된다. 강남도 모든 걸 내려놓고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솔직하고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편에 참가할 멤버들이 박하선과 안영미 등으로 확정되면서 벌써부터 혜리와 맹승지, 라미란의 캐릭터를 이어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예측하는 기사들이 올라온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 대박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제작진이 중요하게 받아들어야 한다. 가창력대결, 편곡문제 등에서 피로감을 보였던 ‘나는 가수다’의 시즌3에도 이 원리는 적용된다.
오는 16일 첫 방송될 tvN ‘삼시세끼-어촌편’에는 차승원 유해진 장근석이 나온다. 나 PD는 “장근석을 캐스팅한 이유는 딱 한가지다. 양어장 집 아들이다. 회를 뜰 줄 안다”고 말했다. 이것만으로도 드라마 캐릭터가 약간 막혀있는 듯한 장근석의 새로운 모습이 나올 것만 같다. 그러니까 나영석 PD는 ‘포석’이 좋다. 바둑으로 따진다면 새로운 ‘류’(流)를 선보일 수 있는 형태의 기초를 이미 만들었다나 할까. 장근석은 과거 같으면 고생하는 관찰예능에 굳이 나올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실하다. 그런 절실함과 상황, 그리고 나영석PD의 에디톨로지(편집)가 합쳐 장근석에게서 예측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