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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을 엄청나게 맛 있게 하는 식당이 롤랜하이츠에 있다니 귀가 솔깃한다. 순대국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해서 뻑하면 LA까지 나갔다 오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맛있는 순대국이 있다니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업소록을 뒤져 보니 남가주에 웬 장모집이 그렇게 많은 지 모르겠다.
장모집도 프랜차이즈(?)인지 몰라도 가든그로브, 라팔마, 부에나 파크 등에 있으니 살짝 황당하다. 하여튼 우리가 가려는 곳은 롤랜하이츠이니 주소를 확인하고 출발하였다.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야 순대국과 도가니 탕을 주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주문을 하면 기본 반찬을 세팅해 준다. 사실 순대국이나 설렁탕처럼 탕을 전문으로 하는 집은 깍두기나 김치 맛이 중요하다. 탕 종류는 다른 특별한 반찬이 필요없기 때문에 깍두기, 김치 맛이 없으면 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찬은 깍두기, 김치, 미역무침, 감자조림 정도로 단촐하지만 맛들은 만만치 않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깍두기부터 맛을 보았는데 아삭하고 씹히는 맛이 기분이 좋다. 약간 단맛이 있고 자극적이지 않아 탕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설렁탕 전문점 깍두기 보다는 훨씬 낫고 김치 역시 직접 담근 것처럼 보였다.
순대국은 뚝배기에 담겨져 여전히 끓는 상태로 나왔다. 사진을 찍기가 힘들 정도로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 입맛을 당긴다. 구수한 순대국에 통들깨가 가득 들어가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여기에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먼저 스푼으로 국물 맛을 보았는데 합격점을 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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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푼으로 내용물을 떠서 보니 순대를 비롯해 여러가지 부속물들을 가득 넣었다. 물론 한국처럼 모든 부속물들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기반 국물 반이라고 할 정도로 양이 푸짐하다. 순대나 부속물부터 젓가락으로 집어 새우젓에 찍어 어느 정도 먹고 나서야 밥을 말았다. 늦은 점심이라 배도 고프고 하니 그야말로 쑥쑥 들어가는데 이마에서는 염치없이 땀이 뚝뚝 떨어진다. 고소한 들깨 맛도 좋고 순대도 잡내가 없어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스푼으로 밥째 푹 퍼서는 그 위에 아삭한 깍두기를 올려서 먹으니 한국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이렇게 먹으니 들깨의 고소함과 쫄깃한 순대의 맛이 잘 어우러져 있는 맛이다. 순대국을 먹으려면 항상 LA까지 나갔는데 이제는 멀리 나갈 필요가 없어 보인다.
눈으로 보기에도 국물이 진해 보이고 도가니도 넘치도록 담겨져 있다. 뜨거운 도가니탕에 파를 듬뿍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도가니탕은 역시 쫀득쫀득한 부위를 먹어 보아야 제대로 맛을 볼 수 있다. 도가니를 젓가락으로 집어 간장에 찍어 입안에 넣었다. 쫀득하게 씹히는 맛의 식감이 마약처럼 다음 젓가락이 쉴 수 없게 만든다.
한참을 먹다가 그릇을 통째로 들어 국물 맛을 본다. 이런 탕 종류를 먹으면 수저로 국물을 퍼 먹기 보다는 이렇게 입을 대고 마시듯 훌훌 먹어야 제 맛이다. 그리고는 밥 위에 매콤한 김치를 턱턱 올려 먹어야 몸보신을 한 것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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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라서 자주 먹지만 도가니탕은 오랜만에 먹어보는 것 같다. 남편은 도가니탕을 먹는 동안 제법 많은 땀을 흘린 것 같다. 이렇게 땀이 나도록 탕을 먹으면 올 한해 감기가 걸릴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 롤랜하이츠에 사는 한국 분들은 장모집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순대국과 도가니탕을 먹고 나니 왜 인기가 좋은 줄 알 것 같다. 요즈음 같이 바람이 차가울 때 뜨거운 탕 종류로 겨울을 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주소: 18755 Colima Road, Rowland Heights, CA ▲전화: (626) 839-6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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