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이 바로 ‘갑(甲)질’ 하는 진상손님일 수 있고, 진상손님 욕하는 업소의 밉상 서비스가 쪽박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만큼 아리송한 ‘손님’ 대 ‘업소’간의 치열한 공방전.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면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도 있다.
타운내 한인 업소들이 털어놓는 ‘진상손님’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밉상업소’들의 천태만상 속에해답이 보인다. “새해에는 우리 이러지들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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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모녀도 울고 갈 진상손님
▶덮어놓고 환불족
립스틱 묻은 셔츠, 굽까진 구두, 심지어 사용한 립스틱까지 들이밀며 당당히 환불을 요구하는 황당한 손님들. 뿐인가. 영수증도 행방불명이다. 환불 불가라 하면 티제이 맥스(TJ Max)는 다 해준다며 오히려 화를 낸다. “티제이 맥스도 한국 아줌마라면 절레절레 한답니다. 제발 한국사람 망신 좀 시키지 맙시다!!” (LA· ○○잡화점)
▶이건 내꺼족
지난해 타운에 문을 연 유명 팥빙수 전문점의 스푼이 오픈 한달 만에 모두 일회용 제품으로 바뀐 사연을 알고 있는지? 이유인 즉 놋으로 만든 스푼을 슬쩍 하는 손님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것. “스푼 가져가지 마세요. 그릇 가져가지 마세요. 설탕 가져가지 마세요 제발…. 다 돌려놔!!” (부에나팍· T커피샵)
▶다짜고짜 반말족
아니 저를 언제 봤다고 말을 앞 자르고 뒤 잘라 반 토막이래? 너 나 아세요? 미국에 존댓말이 어디 있냐고요? 헐~ 그럼 영어를 하던지~!! (세리토스·○○○핸드폰)
▶여기저기 더듬이족
이봐요 아저씨! 고깃집이 술집인 줄 아시나. 은근슬쩍 신체접촉에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길은 정말 질색할 노릇. 아가씨가 잘라주니 더 맛있다구? 나 애가 둘인 아줌마거든!! (S갈비 5년 차 종업원)
▶나는 안먹어족
이런 손님 꼭 있다. 배가 안고프다며 넷이 와서 3인분, 다섯이 와서 4인분 시키는 사람들. 배 안고픈데 식당엔 왜 온 건지? 그러면서 양 적다고 불평에 공기밥은 왜 추가?(가든그로브· A한식당 웨이츄레스)
▶팁 아까워족
미국에서 가장 아까운 것이 팁이라며 10% 팁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 놓은 자린고비 손님들. 아이러니하게도 팁 안주는 손님들이 요구는 더 많고 유독 한국식당에서 더 짜다. “미국 생활 반백년에 팁 아껴 집 샀다는 사람 못 봤다”(가든그로브·Z설렁탕)
▶사장 나와라족
불만이 있으면 우격다짐 사장부터 찾아대며 고래고래 고함치는 손님들. 목소리 크면 다 이기는 줄 아는 이들의 레파토리는 놀랍게도 똑같다.
“내가 누군지 알아? 사장 나오라 해!!”(LA·D자동차 정비소 사장)
▶막가파 막말족
“여기서 장사 못하게 만들겠다” “평생 이거나 하구 살아라” 이도 저도 안되면 협박, 욕설, 악담을 늘어놓으며 인격적인 모욕도 서슴치 않는 그야말로 개진상들. “조심하시길. 요즘 갑질 잘못하다간 큰 코 다칩니다” (LA· K택시 대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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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이런 손님 어떤가요
하루 종일 가위질에 손목이 끊어질 듯 아프다. 그런데 속은 손목보다 더 쓰리고 아프다. 끝까지 참았어야 하는데 결국 손님에게 말 한마디 했다가 욕은 욕대로 먹었다.
또 그 진상가족이었다. 노부부에 아들, 며느리, 손주까지 총출동이다. 할머니는 늘 소화가 안돼 안 먹을 거라며 무제한 4인분만 시킨다. 8살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아이는 올해도 5살이란다. 무제한 3인분 오더에 5식구가 늘 포식을 한다. 계속되는 고기추가에도 웃는 얼굴로 꾹꾹 참았는데 고기는 역시 예쁜 여자가 잘라줘야 맛있다는 할아버지 말에 참았던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손님~. 고기 드실 거면 4인 오더 하셔야 합니다”
순간 사장 나오라며 소리를 치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친구 아버지라는 이유로 사장도 나보고 사과하란다. 결국 내가 머리를 조아렸다….(S 바베큐 웨이추레스 이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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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박을 부르는 밉상업소
▶절대 반품 불가
입구, 혹은 계산대 앞에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 흰 종이. 그리고 아무렇게나 갈겨 쓴 ‘반품, 환불 절대 불가’라는 글자를 볼 때면 그야말로 멘붕….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엿장수 맘이야
영업시간? 메뉴? 가격? 서비스? 그때 그때 달라요~! 아무리 엿장수 맘이라지만 가끔은 업주의 횡포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머리카락 보인다
주문한 음식을 열심히 먹는 중에 살포시 보이는 머리카락…. 사람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법이지. 넘어갈 수도 있건만. 화를 부르는 주인장의 반응. “우리 것이 아닌 거 같은데?” 아…. DNA검사 의뢰하고 싶다….
▶영혼 없는 ‘Sorry’
너무 오래 기다리고, 음식이 잘 못 나오고 심지어 계산서도 잘못 됐는데…. 무표정한 얼굴에 건성으로 내뱉는 한 마디. “아 네…”
별로 미안하지도 않고 고칠 의지도 없는 업소엔 충고도 아깝다. 두 번 안 가면 그만이니까.
▶까마귀 고기 전문점?
예약도 깜박, 주문도 깜박, 아무리 벨을 눌러도 함흥차사다. 심지어 친구 다 먹을 때까지 내 음식은 나오지도 않는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다 한 마디 하면 그때서야 멀리서 대답한다.
“금방 나와요~”
▶손님은 봉이다
분명 커트하러 갔는데 파마에 염색에 트리트먼트까지, 400불을 쓰고 나왔다. 점 빼러 갔다가 보톡스에 스킨케어 10회 할인해서 2천불이란다. 귀 얇은 내 탓이겠지만…. 이 당한 느낌은 뭐지?
▶돈 밖에는 모르쇠
“몰라요~ 우리 책임 아니에요~” 업소 안이나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고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업주들. 혹 책임을 물어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기 바쁘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도 갚는 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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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이런 업소…어떤가요?
지난 연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LA한인타운을 걷다가 마침 미용실이 보이길래 들어가 긴 머리 염색이 얼마인지 궁금해 물었습니다. 세 명의 미용사 중 한 명이 “그냥 싸게 해줄 테니 하세요!” 하더군요. “그래도 가격을 알아야지 하죠”했더니 “100불이에요 100불”이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당연히 불쾌한 마음에 뒤돌아서는데 “아침부터 가격만 묻고 가니 하루 종일 재수가 없겠다. 소금 뿌리자”고 하더군요.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얼굴이 화끈거리고 화가 났지만 미용사들이 무섭기도 하고 상종하기도 싫어 나왔습니다. 한인 방송이나 언론에서 한인업소 많이 이용하자는 캠페인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업소에 갈 마음이 나겠습니까? 한국 시골 변두리 좌판에서나 당할 일이 2015년 현재 LA한인타운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LA에서 28세 주부 정모씨)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