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의 출연도 ‘무리수‘였지만 이수가 녹화까지 해놓고 하차시키는 것도 과정의 ‘무리수’였다. 그럼에도 MBC측이 녹화와거의 동시에 하차 결정을 내린 것은 비난이 쇄도한 시청자 정서를 감안한 것이다. 어쨌든 잘 내린 결정이다.
노래만으로 보면 이수는 ‘나가수3‘의 훌륭한 재목이다. 21일 첫녹화에서도 그는 1집 타이틀곡인 ‘잠시만 안녕’을 호소력 있게 불렀다. 그는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진행자인 박정현도 “울컥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수의 ‘나가수’ 해프닝은 노래라는 기능과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대중이 “노래만 잘하면 되지”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수와 유사한 죄목인 청소년 성매매 혐의(2002년)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경영도 사건후 7년만인 2009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출연하며 지상파 복귀에 도전했으나 결국 출연분이 모두 삭제되며 복귀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이경영과 송영창은 영화의 카메오로 계속 출연하다가 요즘은 많은 작품에서꽤 중요한 배역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따라서 이수의 갑작스런 지상파 프로그램 출연소식은 당연하게도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수의 소속사측은 한 인터뷰에서 “MBC의 일방적인 결정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 23일 정식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기자가 이수 소속사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복잡하게 꼬인 이번 과정을 오해 없이 받아들여달라는 것이다.
‘나가수3’ 제작진은 녹화때까지도 이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수와 관련된 이슈가 ‘나가수‘의 본질을 덮어버린다면, 이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노이즈 효과’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망하게 하는 전조일 수도 있다.
김진표를 ‘아빠 어디가’에서 하차시키지 않았던 결과를 생각하면 이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케이블에서 ‘탑기어코리아’를 진행하는 김진표는 봐줄 수 있지만 아이를 기르는 친근한 아빠로서의 김진표를 굳이 지상파를 통해 보고싶어하지 않는 게 대중 정서다.
‘나가수3’ 제작진도 이수 해프닝을 통해 ‘나가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적지 않음을 확인한 만큼 대중의 정서와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이 된다면 ‘나가수3‘의 성공도 충분이 예견해볼 수 있다.
그럼 이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수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게 2009년으로 6년이 돼가지만, 아직 지상파 출연은 아니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였으면 한다.
우리는 이수가 노래 부르는 자유를 박탈할 권리는 없다. 기자 또한 이수를 보이밴드의 원조격인 문차일드 시절인 2000년부터 본 적이 있다. 당시 이수 소속사 사장에게 조성모로 돈 벌어 문차일드에다 돈을 다 쏟아붓는 것 아니냐고 따지듯 물었더니, 그 사장은 이수의 보컬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았다. 이수는 원래 배우가 되려고 연기학원도 다녔지만 노래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 이수가 21일 ‘나가수3’ 기자간담회에서 “긴장되지만 프로그램에 폐 안 끼치게 열심히 노래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은 폐가 될 수 있다. 이수는 좀 더 마이너한 영역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면서 훗날을 기약했으면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