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은 1960년대 젊음의 거리 무교동을 주름잡던 음악감상실 쎄시봉,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한명의 뮤즈, 그리고 잊지 못할 가슴 시린 첫사랑의 기억을 그렸다.
전설적인 트윈폴리오가 사실은 3명의 트리오였다는 가정으로 시작된 ‘쎄시봉’은 60~70년대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엄친아’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던 윤형주(강하늘)과 자유로운 영혼이자 타고난 음악천재 송창식(조복래)의 라이벌전으로 막을 올린다. 쎄시봉 사장은 ‘핫’한 윤형주와 송창식, 그리고 한 명을 더 영입해 가수로 데뷔시키려 한다. 우연한 기회에 이장희(진구)가 오근태(정우)의 중저음 목소리를 듣게 됐고, 노래하는 일을 제안한다. 그렇게 트리오 쎄시봉은 완성됐다.
이후 쎄시봉을 찾았던 민자영(한효주)를 만나게 되고 윤형주, 송창식, 오근태의 뮤즈가 된다. 이 안에서 ‘쎄시봉’은 가상의 인물 오근태와 민자영의 러브스토리를 그려나간다.
가슴 떨리는 첫사랑, 그리고 60~70년대 청춘들의 고민과 환경이 그대로 재현되며 영화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김현석 감독은 의도적으로 복고콘셉트를 지향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곳곳마다 그 시절의 흔적은 최근 극장가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장년층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무엇보다 향수를 자극하는 건 세트장, 배우들의 머리, 옷차림 보다 그 시절을 풍미했던 포크음악이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웨딩케이크’, ‘담배가게 아가씨’, ‘딜라일라’ 등의 명곡이 적재적소에 깔리며 영화가 느끼게 하는 감성을 더욱 배가시킨다. 그 시절을 살아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듣는 재미로 적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 영화가 개봉된다면 다시 한 번 포크음악 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오근태, 민자영, 이장희의 2인 1역을 연기한 배우들의 싱크로율도 눈길을 끈다. 김윤석-정우, 김희애-한효주, 장현성-진구는 2인 1역이 줄 수 있는 우려를 무너뜨리고 영화가 흘러가는 내내 ‘이 배우들이 이렇게 닮았던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쎄시봉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던 김희애와 한효주의 싱크로율이 제일 높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정우와 한효주의 풋풋한 멜로 연기도 영화의 백미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차기작으로 ‘쎄시봉’을 선택한 정우는 복고-멜로라는 전작과의 유사한 점에도 색다른 오근태를 만들어낸다. 민자영에게 주기만하고, 사랑 앞에 장벽을 마주쳤을 때 오근태의 모습에서 멜로 연기에 정우가 강하다는 것을 재입증한다. 모든 이들의 뮤즈인 만큼 매력적인 민자영을 스크린에 탄생 시켜야했던 한효주는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와는 다른 매력으로 영화를 가득 채운다.
또한 ‘타짜’, ‘황해’, ‘전우치’, ‘도둑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타짜-신의 손’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김윤석의 멜로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중년이 되어도 가슴 깊이 첫사랑을 묻어둔 마음을, 40대 오근태 캐릭터 구석구석에 담아냈다.
20대의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을 연기한 진구, 강하늘, 조복래의 앙상블 역시 관전포인트. 특히 라이벌인 강하늘과 조복래의 노래 대결은 극 초반을 지루할 틈 없게 만든다. 기타 치면서 노래도 수준급으로 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여성 관객들을 많이 유입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 첫사랑이 주는 가슴 떨림을 느끼고 싶은 남녀노소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오는 2월 5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