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위급 잇따라 방한…한미관계 좋은 출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이번주 방한한다. 연초부터 미 고위급이 방한하는 건 양국이 올해 초부터 좋은 출발을 하자는 의미다.”

미국 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신임 미 대사로 부임해 90일을 맞았다. 아직 어색한 한국말로 “바빠요, 아주 바빠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만큼 동북아 정세는 북ㆍ미, 남ㆍ북, 한ㆍ일, 미ㆍ러 등 국가를 막론하고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연초부터 웬디 셔먼 차관을 비롯, 프랭크 로즈 군축담당 차관보 등 미 고위급 관리가 연이어 방한하는 것도 이 같은 동북아 정세에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의도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7일 덕수궁 옆에 위치한 커다란 철문이 열리자 한옥으로 지은 하비브하우스가 보였다. 전 세계 미국 대사관저 중 현지 양식을 따른 유일한 건축물이다. 고요한 풍경도 잠시, 이내 빠른 걸음으로 리퍼트 대사가 접견실로 들어왔다. “점심도 못 먹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바쁜 일상이 묻어났다. 그는 “한국에서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 큰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리퍼트 대사는 태어난 지 10일도 안 된,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이 있다. 아기 이름에 한국식으로 ‘세준’이라 붙였다.

업무로 질문이 넘어가자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는 “미국의 여러 고위급 중에서 올해 처음으로 웬디 셔먼 차관이 방한한다”며 “한국의 오랜 친구이다. (한미 간) 여러 사안을 다룰 계획”이라고 전했다.

웬디 셔먼 차관은 28일부터 1박 2일간 한국에 머물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 등을 만난다. 한반도 정책 및 현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29일에는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도 방한한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비롯, 군축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과 미사일 방어, 우주 안보, 군비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리퍼트 대사는 현재까진 한ㆍ미 양국 간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공식 협상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 등 모든 만남에서 이 문제(사드 한반도 배치)가 제기된 적이 한 번도 없는 걸로 기억한다”며 “한국에 도입할 때 긴밀하게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데 사드는 그런 시점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드 한반도 배치를 두고 중국이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미ㆍ중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 입장에선 은행의 기준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환경이나 투명성 같은 분야에서 수준이 높아야 하고 투자를 지속적으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와 미국의 역할에 대해선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남북대화 재개와 관련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대화의 속도나 범위에 대해 미국은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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