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북한경제특구···“한강의 기적을 대동강 기적으로”

[헤럴드경제=황해창·신대원 기자] 북한 김정은 체제의 경제정책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경제특구 건설이다. 경제특구는 무엇보다 외자유치 등 대외개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경제 외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갈 길이 멀고 또 바쁘다. 북녘 곳곳에 간판만 숱하게 내걸었지 실질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본격적인 경협무드가 조성되면 우선 진출 대상으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북한 경제특구 전반을 살펴보고 전문가 진단을 통해 효율적인 진출 방안 등을 진단해 본다.20150114000711_0◆北 경제특구는 먹고 사는 문제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연설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새 권력자가 내부 빈곤상황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시정을 다짐한 것은 이채로운 일이다.

북한으로서는 다급한 상황이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그 무엇도 이뤄낼 수 없는 처지다. 과거 중국과 베트남이 체제는 유지하면서도 실용적 개방노선을 택해 오늘날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북한 수뇌부가 모를 리 없다. 북한이 경제특구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년인 2010년, 나선 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를 새 경제특구로 지정하더니 대뜸 중국과 손을 잡았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경직된 데다 가중된 경제난 돌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애초 북한과 중국은 중국의 동북 3성지역과 북한 북부 접경지역의 교량·도로·철도·항만 등 인프라를 개발해 연계한다는 전략에서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북·중 관계가 경직되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나선특구는 중국이 원해 다소 진척이 있지만 황금평특구는 유야무야 상태다. 관리위원회 청사가 완공됐을 뿐 인프라 조성이나 산업단지 개발은 멈춘 상황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국측 판단인 것 같다.”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김정은 경제특구는 지역 맞춤형

북한의 경제특구는 중앙급 특구와 지방급 경제개발구 두 종류다. 김정은 체제에서 새로 등장한 것이 지역 맞춤형 경제개발구다.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도 제정했다. 지난해에는 합영투자위원회와 국가경제개발위원회, 무역성 등을 통폐합해 외자유치 주무부처인 대외경제성을 신설했다. 민간단체인 조선경제개발협회도 출범했다.

경제개발구법의 핵심은 재산과 소득, 신변, 지적소유권 등 투자자 보호와 북한 현행법상 최장기간인 50년 토지 임차를 명시한 점이다. 투자가들이 기업경영에 필요한 물자 등을 반입할 때 관세를 면제하고 외화와 이윤, 재산도 자유롭게 외부로 송금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 기반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토지선택의 우선권을 주고 사용료도 면제하는 특혜를 부여했다. 경제개발구마다 지역 관광자원을 개발하도록 하고 경제개발구 개발기업이 관광업과 호텔업 경영권을 취득할 때 우선권을 부여한 점도 주목된다.

나선경제무역지대법과 비교해 신변안전 조항이 강화됐고, 개발당사자에 북한 기업소와 기관을 추가한 것이 특징적이다. 경제개발구 내 토지, 건물의 재임대를 허용한 것도 나선경제무역지대법에는 없던 사항이다. 경제개발구법은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위화도경제지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제개발구 조성 붐이 본격화한 그 해 10월에는 평양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특수경제지대(경제특구)개발 평양국제심포지움’을 개최했다. 노동당 중앙전체회의를 통해 대외무역 다원화·다양화 실현, 관광 활성화를 위한 관광구 설치, 도별 현지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 설치도 의결했다.

◆중국 기업 신의주 진출에 눈독

북한의 경제개발구는 19개. 주로 농업, 관광, 무역을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규모가 비교적 적은 지방 맞춤형 특구가 대부분이다. 함경북도가 3개로 가장 많다는 점에서 지방분산 의도가 엿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2013년 11월에 착공한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다.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 외국기업과 합작해 조성하는 공단인데 19개 특구와는 별개로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의 ‘주룡회사’와 ‘OKP 부동산회사’, 홍콩 ‘P&T 건축 및 공정유한공사’ 등 동아시아와 중동기업들이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 외자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북한 내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 건설로, 사업 추진을 위해 ‘평화경제개발그룹’을 설립하기도 했다.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은 “이 공단은 개성공단 인근에 있다는 점에서 남쪽에 대해 개성공단 추가개발을 압박하고 향후 개성공단과 연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또 “중국 기업들이 더 관심을 갖는 곳은 신의주경제특구다. 황금평 지역에 비해 사업성이 탁월하다. 무엇보다 북한 관문을 선점하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2012년 홍콩의 투자기업 다중화국제그룹이 1000억 달러를 투자해 10년 만에 신의주특별행정구역 개발을 다시 시작됐다. 82km² 면적에 산업, 첨단기술, 금융, 무역, 관광 등 복합형 경제특구로 변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북·중간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우리와 밀접한 곳이라면 원산경제특구가 있다. 북한이 각별히 의욕을 보이는 곳이다. 414.8km²에 78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원산지구와 금강산지구로 나누어 2단계로 개발할 계획이다. 1단계는 2013년~2017년까지 원산, 원산비행장, 울림폭포, 마식령 스키장 개발이다. 마식령 스키장은 2013년 말 개장했다. 2단계로 2018년~2025년까지 석왕사, 동정호, 시중호, 삼일포,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까지 개발을 목표로 한다. 기존 금강산 관광 사업과의 연계 여부가 주목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경제개발구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개혁과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특구를 통한 개방이 대내부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제개발구는 기존의 한정된 지역 중심의 경제특구와는 달리 지역 특성화라는 점이 주목된다. 또 중국의 실용적인 경제개발구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1억 달러 규모의 특화된 단일 유형의 경제특구 개발 방식을 채택했다. 외국기업의 단독투자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이 관심을 기울일 대목이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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