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계, 영진위 ‘예술영화 지원사업’에 반발…“사전논의 없이 졸속 추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한국 독립영화계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 사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12일 한국 독립영화 배급사 네트워크는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 1월 23일 영진위가 기존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을 통폐합, 연 26편의 영화를 30개 스크린(지역 멀티플렉스 15개, 비멀티플렉스 15개)에서 1일 또는 2일간 상영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지원 대상을 26편으로 한정,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동시에 사전 검열의 요소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 사업은 예술영화 유통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상영시장이 독과점돼 있고, CGV의 경우 상영 뿐 아니라 배급까지 겸하는 상황에서 이 개편 계획은 독립·예술영화의 유통 환경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독립영화네트워크는 꼬집었다. 실제로 영진위가 독립·예술영화 상영을 보장하겠다는 스크린 30개는 2014년 집계 기준 전국 스크린 2281개의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이 스크린에서도 52일 혹은 104일 만 상영이 보장되기 때문에 유통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독립영화네트워크는 “좌석점유율 지원 사업은 영진위가 사업을 위탁한 단체에서 26편의 영화를 선정하고 이를 상영하도록 되어있다. 개봉 지원과 영화관 지원이 통합됨에 따라 이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면, 개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원을 받은 경우에도 개편될 사업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배급 일정 등 배급사의 사업 계획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4주에 2편씩 정해진 날짜에 상영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자율적인 배급 사업 추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영진위의 사업 계획대로라면 영화 흥행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종영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지원 대상을 ‘선정된 한국예술영화 작품별 배급사’로 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의 경우는 지원 대상이 감독 혹은 제작사이기 때문에 배급사가 없는 영화라 하더라도 지원 신청이 가능했지만, 대상이 배급사로 한정되면서 지원을 받을 다양한 기회가 박탈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독립영화네트워크는 “현재 추진 중인 좌석점유율 지원 정책은 영화문화 다양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배급사들과 개인 창작자들, 영화관들과 어떠한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영진위는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지원 정책 개편을 멈추고, 좀 더 공정하고 영화문화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시장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독립영화 배급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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