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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의 작은 도시 벨플라워(Bellflower)의 한적한 주택가.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이웃이 살고 있다.
바로 네 명의 한인 수녀님들. 한국 순교복자 수녀회 미주지부에 속해있는 이 세실리아 수녀, 유 요안나 수녀, 최 클라라 수녀, 김 마리아 수녀다.
이들의 생활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녀원’과는 거리가 멀다.
옆 집 아이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갈 정도로 수녀님들은 동네에서 인기가 많다. 집안 일이며 정원 일이며 뭐든 뚝딱뚝딱 못 하는 것이 없다.
세실리아 원장수녀가 집안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가장이라면 요안나 수녀는 늘 엄마같이 환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이끈다. 여기에 한인 2세인 클라라 수녀와 마리아 수녀는 그야말로 톡톡 튀는 신세대다.
1946년 개성에서 설립된 순교복자 수녀회는 한국에서도 가장 활발한 선교활동을 벌이는 수녀회 중 하나다. 미주에는 지난 1982년 교포사목을 목표로 진출했다. 벨플라워에 있는 미주지부는 15년 째 미국내 대도시와 남미 전도사역의 본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와 페루 등 라틴 아메리카 선교에 중요한 기지다.
“주로 멕시코와 페루의 오지로 들어가 그곳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여성들의 인권과 교육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수녀님들이 보다 활발하게 사회활동도 한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물론 원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우리의 사명이다”
조용한 수녀회 지부가 한인 사회에 알려진 것은 다름아닌 ‘참기름’때문이다. 혹자는 이들을 ‘참기름 수녀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연인 즉 이렇다.
“1999년 멕시코 오지인 익쓰모 지역에 수녀들이 파견되었는데 가보니 참깨가 지천이었다. 알고 보니 그 근방이 세계에서 참깨농사로 가장 유명한 지역이었다. 그런데 익쓰모 원주민들은 참깨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다. 그냥 빵에 발라먹고 있었고 일본과 중국에 헐값에 넘기고 있었다. 그 좋은 참깨를…(웃음)”
한인 수녀들은 참기름 아이디어를 냈다. 한국에서 중고 참기름 짜는 기계를 공수해 와서 원주민들에게 직접 참기름 짜는 법을 가르쳤다.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참깨로 만든 참기름의 고소한 맛은 미주를 넘어 한국에 까지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식용 뿐만 아니라 약용으로 생산되는 참기름은 각종 성인병에 놀라운 효과가 있다.
제법 공장이 돌아가면서 원주민 마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녀회는 참기름 공장을 그 마을 농민협동조합에 조건 없이 넘기고 원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참기름은 한국사람을 비롯해 아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으니 아무래도 한국 수녀들이 판로를 알고 있지 않겠나. 어떤 이는 수녀들이 참기름 장사를 한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그들을 돕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다”
LA와 OC지역 신자들에게 영성을 보급하고 남미 선교지로 떠나는 선교사들의 쉼터가 되어 주고 선교기지로써 지부에는 늘 강의, 기도모임, 피정 등의 행사가 넘쳐나지만 참기름 홍보도 소홀히하지 않는다. 이 또한 선교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실리아 원장수녀는 “익쓰모 참기름이 멕시코 정부로부터 유기농으로 인정받았다”며 가르쳐 준 대로 열심히 일하는 원주민들을 대견스러워 한다.
이어 원장수녀는 “한국도 많은 외국 선교사들에 의해 도움을 받던 나라였다. 1984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에 오셔서 시복식을 하면서 한국도 비로소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이라고 전했다.
무화과와 대추, 오렌지와 석류가 철 따라 열리는 벨플라워 수녀님들의 집에는 멕시코로부터 고소한 참기름 향까지 더해지는 듯 하다.
“흔히들 수녀들은 조용하고 연약하게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와도 즐겁게 교제할 수있다. 우리 집 거라지 세일은 동네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궁금하신 분들은 누구나 환영이다(웃음)” 하혜연 기자
▲벨플라워 한국 순교복자 수녀회 미주지부:16276 California Ave., Bellflower, CA 90706 ▲전화:562-461-8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