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생선 이야기] 복어

복어

필자가 미주에 살며 가장 먹고 싶은 생선을 꼽으라면 미나리 듬뿍 넣고 끓이는 복지리를 선택할텐데 이곳에서는 제대로된 복요리를 만나기가 어려워 생선을 취급하면서도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요즘 제주해역에서 참복이 대량 잡힌다는 소식에 고국의 미식가들이 부럽기만 하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일본에서 40~50대의 중념 남성 5명이 복어 요리를 먹고 극심한 호흡 곤란과 구토증으로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독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복어 요리를 먹은 것으로 알려져 예전에 고국에서 흔히 듣던 복어알 중독 뉴스로 안타까웠던 사연들이 생각난다.

복어는 전 세계에 약 120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참복으로 통하는 검복,까치복,자주복,흰밀복 등을 특히 선호한다.

미식가들은 복어를 철갑상어의 알인 ‘캐비어’와 떡갈나무 숲의 땅속에서 자라는 버섯인 ‘트러플’,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4대진미라고도 하는데 중국시인 소동파는 복어 맛을 가리켜 “사람이 한번 죽은 것과 맛먹는 맛” 이라고 극찬을 했으며 복어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복어를 먹지않는 사람에겐 후지산을 보여 주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참복을 최고로 치지만 중국에서는 황복을,일본사람들은 자주복을 좋아한다. 동남아시아와 이집트인들도 복요리를 즐기는데 이집트에서는 복어 껍질로 만든 지갑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어 복어껍질 지갑이 인기라고 하는데 복어의 몸이 부풀어 커지는데서 연유한 상징적 의미가 아닐까 한다.

봄철 산란기에 이르면 복어에 독이 잔뜩 오르는데 청산가리의 10배가 넘는 ‘테트로드톡신’이라는 맹독은 해독제조차 없어 복어 맛을 그리워하면서도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복어는 몸놀림이 그다지 민첩하지 못해 쫓아오는 포식자를 따돌리기가 어려워 위험에 닥치면 물을 빨아들여 몸을 서너배까지 부풀려 상대를 위협하는데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잡아 먹으면 복어의 껍질과 고기,내장 등에 포함된 맹독 성분으로 포식자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120여종의 복어중에 황복,까치복,검복은 독성이 강하고 밀복,가시복,거북복 등은 독성이 약한데 독이 강할수록 맛이 좋아 사람들이 즐기니 복어 독과 맛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독성인 ‘테트로도톡신’은 난소나 간에 있지만 종류에 따라 위와 장,껍질,정소에도 맹독성분이 있어 복어는 반드시 전문가가 조리한 것만 먹어야 하는데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독을 씻어내기 위해 물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복어 한마리에 물이 서말’이라는 속담도 생겨났을 정도다.

‘테트로도톡신’은 해독제가 없어 중독이 되면 다량의 물을 투입하여 위장을 씻어내야 하며, 일단 중독되면 몸이 마비되어 스스로 숨을 쉴 수가 없으므로 반드시 인공호흡을 통해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 복어가 어떤 방법으로 독을 만들어내는 지는 오래 전부터 연구의 대상이었는데 일본 나가사키 대학의 아라카와 오사무 교수가 독이 없는 복어 양식에 성공하면서 이를 밝혀냈다. 양식 복어는 고등어 등 무독성 먹이만 먹이므로 전혀 독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불가사리와 갑각류,납작벌레 등 자체에 독이 있는 먹이를 먹기 때문에 몸에서 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복어는 위험에 처하면 입으로 물을 마셔 위장 아랫부분에 있는 ‘확장낭’이라는 신축성 있는 주머니에 물을 채운 후 식도의 근육을 축소시켜 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여 몸을 부풀린다. 복어의 이름이 ‘배(腹)’와 관련이 있듯이 영어로 Puffer라 부르는 것도 복어가 물과 공기를 빨아들이면 “펍”하고 부풀어 오르는데서 나온 이름이다. 동의보감에는 복에 대해서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많으나 허 한것을 보하고 습한 것을 없애며허리와 다리의 병을 치료하고 치질을 낫게 하며 벌레를 죽인다”고 기록하고 있다.

복어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에 좋으며 고혈압,당뇨,신경통 등 성인병예방에 특효가 있으며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 함량을 축소시키며 혈전을 방지하는 효능 또한 뚜렷하다. 뿐만 아니라 두통,해열,일사병,파상풍,치루환자에게도 좋은데,콩나물과 미나리를 함께 넣어 탕을 끓이면 해독작용은 물론이고 혈액을 맑게 해준다. 복어는 지리,매운탕,구이로 먹으며 얇게 썰어 먹는 복어회는 일본인들이 특히 즐긴다.

요즘 계속되는 이상기온으로 몸도 마음도 무거운데 미나리와 콩나물 듬뿍 넣은 시원한 복지리탕에 따끈한 정종대포 한잔 생각이 간절하다.

크기변환_김민기[1]

김민기/한남체인 부사장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