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만한 영화] 아카데미 4관왕 ‘버드맨’ 등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이 주의 선택> 날개를 버린 순간, 진짜 날아오른 ‘버드맨’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개봉 3월 5일)

리건(마이클 키튼 분)은 슈퍼 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과거의 영광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리건은 빈털털이 신세로 노년에 접어들었다. 그는 브로드웨이 연극을 준비하며 재기를 꿈꾸지만 난관의 연속이다. 주연 배우 마이크(에드워드 노튼 분)는 돌발 행동을 일삼고, 마약 중독인 딸 샘(엠마 스톤 분)은 매사 삐딱하다. 리건을 멸시해온 유명 평론가는 그의 도전에 냉소를 보낸다. 그럴 때마다 내면의 ‘버드맨’은 리건에게 외친다. ‘넌 여기서 이럴 사람이 아냐. 넌 최고의 버드맨이잖아!’

‘버드맨’은 모순과 역설의 영화다. 현실과 환상, 비애와 환희, 냉소와 위로가 공존한다. 인물들 역시 약점투성이에 모순적이다. 마이크는 무대 위에선 완벽하지만, 현실에선 결점 많은 골칫덩이다. 감독에겐 통제 안 되는 배우, 연인에겐 최악의 남자다. 리건은 블록버스터의 톱스타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배우로선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의 커리어에 열등감을 느낀다. 펜대 하나로 브로드웨이를 벌벌 떨게 하는 평론가는, 리건의 표현대로라면 “꽃에 ‘낙인’을 찍지 않고는 꽃을 제대로 못 보는” 인물일 뿐이다. 


스토리와 캐릭터도 흥미롭지만 ‘버드맨’은 형식을 빼고 얘기할 수 없는 영화다. 롱테이크 촬영 장면을 이음매가 드러나지 않게(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다음 컷이 이어지는 식.) 절묘하게 이어붙여 완성했다. 말이 쉽지 대사 실수라도 한 번 나오면, 엄청난 분량을 다시 찍어야 한다는 얘기다. 얼마나 꼼꼼하게 동선을 확인하고 리허설을 반복했을 지 짐작가는 대목이다. 덕분에 관객은 극 중 인물들과 동행하는 느낌으로 사건을 따라가며 극에 몰입하게 된다.

버드맨의 희비를 지켜보노라면, 인생사는 결국 우연의 연속이다. 발버둥친다고 안 될일이 되진 않는다. 리건은 우연히 일약 스타가 됐고, 시간이 흐르며 퇴물로 전락했다. 명예와 인기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분투하지만 일은 꼬여간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달관하자 그제야 뜻하지 않게 일이 풀린다. 그리고 리건이 그토록 집착했던 ‘버드맨’을 버리는 순간, 그는 진짜 날개를 달고 자유로워진다. (만족 지수 ★★★★☆)

▶‘순수의 시대’ (감독 안상훈/출연 신하균, 장혁, 강하늘/개봉 3월 5일)

19금 외화(‘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이어 19금 사극이 스크린을 달군다. ‘순수의 시대’는 조선 개국 7년, ‘왕자의 난’(1398년) 이면의 이야기를 허구로 꾸민 영화다. 왕이 될 수 없었던 왕자 이방원(장혁 분)과 정도전의 꼭두각시로 살아가는 무장 김민재(신하균 분), 부마라는 족쇄에 염증을 느끼며 쾌락 만을 쫓는 진(강하늘 분),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 있는 매혹적인 기녀 가희(강한나 분) 사이의 음모와 배신, 애증의 드라마를 담았다. 영화가 자신의 뜻대로 살아본 적 없던 김민재의 ‘욕망’에 집중하면서, 엄숙한 시대적 배경과 등장 인물 간의 갈등은 힘을 잃는다. 김민재의 지고지순한 사랑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 (만족 지수 ★★☆)

▶‘헬머니’ (감독 신한솔/출연 김수미, 정만식, 김정태/개봉 3월 5일)

‘싸움의 기술’, ‘가루지기’ 등 독특한 코미디영화를 만들어온 신한솔 감독의 신작이다. ‘헬머니’는 ‘욕의 맛’ 오디션에 나간 할머니(김수미 분)가 전국구 스타 ‘헬머니’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았다. 사실 김수미의 욕은 새로울 게 없다. 추억의 드라마 ‘전원일기’부터 ‘마파도’ 등의 코미디 영화에서도 충분히 봐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웃음이 터져나오고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쾌감을 안긴다. 현직 장관, 방송국 간부 등 유명 인사와 헬머니의 과거 인연은 작위적이지만 애교로 봐줄 만 하다. 다만 ‘욕 대결’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내세우고도 결국 평범한 가족드라마로 흐르는 점이 아쉽다. (만족 지수 ★★☆)

▶‘세인트 빈센트’(감독 데오도르 멜피/출연 빌 머레이, 나오미 왓츠/개봉 3월 5일)

고집불통 노인 빈센트(빌 머레이 분)와 10대 소년 올리버(제이든 리버허 분)의 특별한 우정을 담은 영화다. 남들이 보기에 빈센트는 멀리하고 싶은 이기적인 노인네일 뿐이다. 빈센트의 이웃이 된 올리버 만이 누구도 몰랐던,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그의 따뜻한 속내와 자기희생적인 삶을 발견한다. 마더 테레사 만이 성인(聖人)이 아니다. 적어도 올리버에게 빈센트는 ‘세인트(saint) 빈센트’다. 영화의 맛을 더하는 건 단연 빌 머레이의 페이소스 묻어나는 코믹 연기. 스트리퍼로 변신한 나오미 왓츠의 러시아식 영어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만족 지수 ★★★☆)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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