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 교육법이 주는 교훈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재즈 드러머의 혹독한 성장기를 담은 저예산영화 ‘위플래쉬’가 화제다. 19일 만에 만든 이 영화는 개봉 16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31일 현재 120만명을 너끈히 넘어섰다. 뉴욕 셰이퍼 음악학교의 폭군 교수 플랫처(J.K 시몬스)와 신입 드러머 앤드류(마일즈 텔러) 사이의 이야기다.

채찍이라는 뜻을 지닌 ‘위플래쉬(Whiplash)’는 음악영화이면서 예술로서 음악을 가르치는 교육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음악에 공을 들였다. 시작부터 암전 상태에서 음악으로 귀를 열게 한다. 재드 드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매력을 느끼게 한다. 빅밴드 사운드의 어우러짐 또한 귀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음악영화로만 비쳐졌다면 한국에서 이 정도의 관심을 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재즈의 인기가 거의 없다. 다만 재즈적인 분위기에 호기심을 느끼는 속물적 관심만 있을 뿐이다.


플랫처 교수는 학생을 극단으로 몰아 능력을 끄집어낸다. 제 2의 버디 리치를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학생의 가족사까지 들춰내며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다그친다. 교수는 미국 재즈가 요모양 요 꼴이 된 것은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라는 말 때문이란다. 그래서 이제는 루이 암스트롱이나 찰리 파커 같은 최고 뮤지션이 안나온다고 했다. 언뜻 수긍이 가는 교수법이지만, 정신적인 폭력과 물리적인 폭력을 모두 사용한다는 점에서 교육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그에게 교육을 받은 한 제자는 자살한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제자의 음악을 들려주며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며 거짓말을 하고 눈물까지 흘린다.

앤드류라는 학생도 정상은 아니다. 최고가 되려는 건 좋지만 좋아하는 여자를 거부하고 친지 친구들과의 소통에서도 문제를 드러낸다면 정상적 열정으로 봐줄 수 없다. 교수와 학생이 맞부딪치며 나오는 스파클은 보는 내내 불편하게 만들지만,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고 재미를 느끼게도 한다.

영화는 상식적이지 못한 우리 교육 현실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선생과 학생 모두 극단으로 치닫는 영화속 모습은 우리와도 닮아있다. 물론 윤리적인 잣대로만 바라보면 예술을 이해하기 힘들다. 예술은 고통을 수반한다. 깨지고 피가 나고 상처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마지막 10분간의 연주는 교수와 학생중 누가 키를 쥐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예술적 승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 해도 희생자를 만드는 교육, 희생자가 예상되는 교육법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