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읽는 노래> 16. 때론 솔직함은 개떡 같은 사랑도 ‘찹쌀떡’으로 만든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I’m in Love 눈에 콩깍지 씌었어 Babe/하의 실종에 흰 와이셔츠 Babe/사람이야 천사야 Oh! Jesus Babe/눈부셔 Babe/Sunglass Babe/정신이 망신이야 홀렸어 네게/피가 한쪽으로 또 쏠렸어 네게/위험해 You’re So Dangerous Babe/살려줘 Babe/경찰 불러 Babe”

여러분은 이성을 만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나요? 누군가는 외모보다 성격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능력(혹은 재력)이 외모보다 중요하다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왜 다들 성격과 능력을 하필 외모와 비교하는 걸까요? 이는 그만큼 외모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란 사실의 방증이 아닐까요? 


“Baby Baby 지금처럼만/아름다워 줄래 넌/시간이 지나도 내가 설렐 수 있게/Baby Baby 넌 시들지 마/이기적인 날 위해/그 모습 그대로 넌 그대로여야만 해”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소용없어요. 솔직해져 봅시다. 취향이 서로 조금씩 다를 뿐, 예쁜 여자 거절하는 남자 없고 잘 생긴 남자 싫어하는 여자 없어요. 아름다움에 이끌리는 감정은 본능입니다. 그룹 빅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곡 ‘배배(Bae Bae)’는 이 같은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슴같이 예쁜 눈 나의 Princess/나를 보고 비웃는 게 너무 Chic 해/미친 거 아닐까 자연 미인 특이해 특이해/내게 완벽한 그대여/나의 Muse 해/우리 둘이 편해/완전 살찌네/너와 몸이 완전 착착 감기네/영원히 넌 스물다섯이야 내게/변치 않아 Babe 5 X 5 Babe”

“성격과 능력을 가장 먼저 본다”는 말은 예쁘고 잘 생긴 ‘나쁜’ 이성에게 데여본 사람들의 푸념이거나 예의 바른 속물들의 입에 발린 수사일 가능성이 높아요. 첫눈에 도대체 외모 말고 무엇에 반할 수 있단 말인가요?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가벼울지언정 매우 솔직하지 않나요? 선과 소개팅 자리에서 오가는 점잖은 대화들이 실은 상대방을 탐색하기 위해 튕기는 주판알이란 사실을 다들 잘 아시잖아요?

“Baby Baby 지금처럼만/아름다워 줄래 넌/시간이 지나도 내가 설렐 수 있게/Baby Baby 넌 시들지 마/이기적인 날 위해/그 모습 그대로 넌 그대로여야만 해”

100여 년 전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사랑은 이기적”이라고 일갈했다더군요. 저명한 학자의 말씀이라니 괜히 귀가 솔깃해집니다. 니체는 사랑을 상대방을 자기화 시키고 싶은 욕망으로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즉 상대방을 위한 희생과 헌신은 결국 그 상대방을 소유하려는 욕구의 발로이기 때문에 이타적일 수 없다는 것이죠.

“난 예쁜 꽃을 든 남자/모든 이가 사랑할/너란 꽃을 든 남자/그대 향기에 취해/난 또 몽롱해지고/꺾이지 말아주오/제발 너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서툴지만 열정적이었던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나요? 상대방이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 화를 내고 애를 태웠어도 말이죠.

“찹쌀떡 찹쌀떡/궁합이/우리 우리 궁합이/찹쌀떡 찹쌀떡/궁합이/우리 우리 궁합이”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극적이면서도 감동적인(?) 부분은 두 찹쌀떡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세련되고 재치 넘치는 ‘19금’ 표현 방법이 있다니. ‘19금’ 주제를 정상급 아이돌의 입으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은근히 즐겁습니다. 홀복에 가까운 수준의 노출 의상을 입고 무대를 활보하는 걸그룹들의 “음악에 집중해 달라”는 말보다 훨씬 솔직하고 건강해 보이거든요. 빅뱅이 30살 이후에는 어떤 사랑 노래를 들려줄지 무척 기대되는군요.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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