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맘’김희선, 20년 쌓은 연기내공 빛 발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김희선을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알게 된 지가 16년쯤 되는 것 같다. 정확히 1999년에 방송된 ‘토마토‘ 부터인 것 같다. 기자에게 스스럼 없이 “오빠”라고 불러 들뜨게 만들던 김희선은 한마디로 톡톡 튀는, 걸어 다니는 인형이었다.

얼마전 여의도 MBC 사옥에서 밥차 식사를 하며 진행된 ‘앵그리 맘’ 기자간담회에 모인 여기자들이 모두 김희선보다 나이가 어렸다.이처럼 세월이 제법 흘렀음에도 여고생복을 소화해내는 외모는 여전했다. 우리 나이로 39살인 김희선이 여고생복을 입고 잘 어울린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김희선의 연기는 캐릭터의 발랄하거나 슬픈 감정들을 분명하게 보여줘 인물을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결혼하고 6년만에 복귀한 ‘신의‘(2012년)에서는 캐릭터가 그리 매력적이지는 못했다. 현대의 여의사가 타임슬립으로 최영 장군(이민호)이 있는 고려말 불안한 정국속으로 들어가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했기에 김희선의 연기는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신의’는 이민호 캐릭터 하나 건지는 것으로 족해야 했다. 하지만 김희선도 디시인사인드 갤러리 등에 있는 10대팬들을 확보하는 소중한 성과를 얻었다.

2014년 ‘참 좋은 시절’에서는 억센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겠다. 연기가 성숙되고 긴 호흡의 연기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7일 종영한 ‘앵그리맘’에서 김희선은 연기력이 크게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초반에는 딸을 학교폭력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여고생으로위장입학해, 여고생복이 잘 어울린다거나 욕을 잘하는 여자로 반응을 얻었다. 제법 수위가 있는 액션신은 덤이었다.

하지만 후반에 들어서면서 딸을 구하기 위한 모성 연기에다 사학비리의 몸통까지 파헤치며 거대한 불의와 비리에 맞서싸우는 모습까지 보이는 등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김희선은 얼마전 “연기가 좋아진 건 모르겠지만 딸을 낳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는 모성 같은 것은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순간 나를 놔버렸다. 모성에 과잉은 없다. 내가 대학때 애를 낳았다면 유정(아란)이 같은 딸이 있다. 엄마 마음은 똑같다. 지나쳐도 사람들이 ‘그래‘ 하고 이해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모성은 김희선과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제는 충분히 소화할만 했다. 


‘앵그리 맘’에서 아내와 엄마, 며느리, 학생, 친구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술집에서 교육청 간부를 유혹하는 연기까지 확실하게 해낸 김희선이 이제 슬슬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것 같다.

김희선의 연기는 어느날 갑자기 성장 한 게 아니다. 1993년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김희선은 6년간의 공백기를 빼고도 20년에 가까운 연기를 통해 조금씩 성장한 것이다. 그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작품도 있었고, 미흡했던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은 주인공을 맡아 하나하나 쌓아온 연기내공이 조금씩 빛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김희선의 다음 연기도 기대가 된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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