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피플] 허지웅의 빈 자리는 과연 괜찮을까?

[ 헤럴드 H스포츠=김석준기자 ] 허. 지. 웅

‘글쓰는 사람’ 허지웅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안겨준 프로그램은 두말할 것 없이 JTBC<마녀사냥>일 수 있으나 인기의 시발점은 JTBC<썰전>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어제(7일)부로 허지웅은 2년 여간 참여했던 <썰전>을 떠났다. 당사자의 입을 빌리자면 갑자기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을 이제야 실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과정이 어쨌든 허지웅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담당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정들었던 썰전 세트장을 떠났다.

허지웅의 자리가 평범하지 않기에

썰전을 떠나게 된 허지웅 ⓒJTBC

<썰전>에게 허지웅의 하차는 위기이거나 기회다. 비평예능이라는 프로그램의 독보적인 색깔을 제외한다면 <썰전>은 동시간대 프로그램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항상 뒤쳐진다.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썰전>은 큰 변화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MBC는 최근 이경규를 MC로 내세운 <경찰청 사람들 2015>를 편성했다. 시청률이 안 나올 때 제작진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새로운 출연자를 투입하거나 더 극단적으로는 프로그램의 포맷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썰전>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허지웅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독설을 할 수 있는 기자나 평론가를 섭외하는 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평론가의 입장에서 <썰전>이라는 자리에 고정적으로 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대중적 영향력을 급격하게 팽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허지웅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이미 하나의 독보적인 이미지가 되어버린 ‘허지웅’을 어떻게 대체하는냐가 문제다. 미리 말했듯이 <썰전>에게 허지웅의 하차는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허지웅으로 인해 공석이 된 자리의 크기는 생각보다 크다. 아니, 어쩌면 크기보다는 모양의 문제일 수 있다. 허지웅의 독특한 자리를 대체할 사람이 있을까.

스타가 된 평론가

<마녀사냥>에 출연 중인 허지웅 ⓒJTBC

현재 대한민국에 허지웅처럼 이슈화가 잘 되는 평론가는 없다. 그것은 스타성과 직결되는 부분인데, 현재 TV에서 활동하는 평론가가 누가 있는지 떠올려보자. 문학평론가나 영화평론가 등 분야에 상관 없이 말이다. 떠올리기 쉽지 않다. 강유정 평론가, 허희 평론가, 허남웅 평론가 등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부족하다. 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늦은 시간대의 교양 프로그램,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만 방영되는 프로그램 또는 케이블 영화 채널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TV에서 평론가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의 탓으로도 돌릴 수 없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평론가라는 직업군이 매력적이지 않아보이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허지웅은 독보적인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허지웅은 제작진이 좋아하는 스타성을 갖춘 평론가이기 때문이다. 또한 JTBC가 시도하는 다양하고 젊은 기획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초의 스타적 평론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항상 그 상황에 솔직한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허지웅은 <썰전> 출연 당시 다른 프로그램에 더 출연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썰전> 외에는 출연할 생각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녀사냥>에 나가게 된 것은 젊은 친구들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것이 기특하고 좋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JTBC<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한 것 역시도 "세월호 참사 이후 교복 입은 학생들을 피해다녔지만, 이제는 그런 먹먹한 감정을 벗어나 피해야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교복을 입고 아이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고, 소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최종 출연 결정이 됐다”고 대답했다. 

허지웅이 항상 이슈가 되어 온 것은 그가 솔직했기 때문이며 그것을 방송이라고 돌려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과 언론은 이러한 다종다양한 모습에서 의외의 감동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썰전은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런 패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MBC<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언론이 자신에게 부여한 ‘뇌섹남’이라는 수식어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스타가 필요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 허명을 씌우는 것이다" ‘뇌섹남’이라는 말이 허지웅의 말처럼 허명일 수는 있으나 그가 <썰전>을 떠나며 휑하게 비어버린 자리는 최소한 ‘허지웅’은 허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을까.

byyym36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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