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포스트 오디션 시대 음악예능의 한 유형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미스터리 음악쇼 MBC ‘일밤-복면가왕’은 요즘 음악예능중 가장 ‘핫’하고 트렌디하다. 서바이벌형 음악예능의 또 한번의 진화를 보여주며, 포스트 오디션 시대의 음악예능의 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복면가왕’이 흥미로운 것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트렌드 변화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면가왕’은 그렇게 보기 좋은 포맷이 아님에도 보게 하는 이상한 마력을 지녔다. ‘북면가왕’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트렌드와 패러다임이 제법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뽑는 것에 대한 매력이 확 줄어들어 버렸다. 얼마전 종영한 ‘나는 가수다’가 ‘핫’한 프로그램일 때는 기성가수에게 등수를 매긴다는 사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가수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속에서도 등수 가리기가 묘한 긴장감을 선사해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나가수’에서의 순위 발표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됐다. 약간의 긴장만 제공하면 된다. ‘복면가왕’은 일단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불러 일체의 편견 없이 노래 부르는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게 했다. ‘복면’은 편견을 벗기는 장치일 뿐이다. ‘감동’뿐 아니라 ‘웃음’ 장치도 잘 배합돼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런 과정에서 ‘복면가왕’은 계속 재발견과 충격, 반전이 나오고 있다. 가희, 지나, 아이비 등 섹시한 댄스가수인줄 알았던 가수들이 감성 넘치는 발라드 곡을 소화했고, 산들, 육성재, 이홍기 등 아이돌 가수들은 요즘 노래가 아닌 어릴 적 자주 들었다는 이전 세대들의 가요를 불렀다. 그동안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아이돌 가수는 ‘복면가왕’에서 가창력을 보여주면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 이미지형 가수가 아닌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17일 방송에서도 홍석천, 배다해, 장미여관의 육중완, 걸스데이의 소진 등으로 반전과 재발견은 이어졌다.

홍석천이 중저음의 남성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상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날 ‘너만을 느끼며‘와 ‘첫인생’을 부른 홍석천은 “편견에 부딪혀 좌절한 분이 많은데 내가 그 중 1번 2번은 될거다. 겉모습이나 기존 모습과 또 다른 진실된 모습을 알려고 조금만 노력하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50:49, 1표차로 승부가 갈린 역대급 경연도 나왔다. 아깝게 떨어진 ‘유니콘’이 배다해라는 얼굴을 드러내자, 판정단이 “가왕감이 떨어졌다”며 탄원 릴레이를 펼칠 정도였다.

장미여관의 육중완과 걸스데이의 소진 역시 각각 ‘웃기는 아저씨’와 ‘러블리걸’이라는 편견을 벗고 노래 잘 하는 가수임이 증명됐다. 작곡가 김형석은 특히 소진에게 “독특한 음색을 가졌는데, 그건 하늘이 준 선물이다. 당신은 노래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라고 조언했다. 앞으로도 뮤지컬 가수나 잘 알려지지 않는 사람 등 복면을 벗었을 때 의외성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재발견 될 수 있다.

‘복면가왕’의 재미 중 또 하나는 ‘추리’다. 정체를 감추려는 자와 이를 밝히려는 자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판정단과 시청자들은 탐정이 되는 재미를 맛보고 있다. 가수들은 원래 사용하던 옷차림과 제스처를 바꿔 정체를 감춘다. 복면가수들이 활용하는 트릭은 혼란을 야기하면서 예능적 재미를 더한다. 여기서 김구라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맞힌 가수만도 육성재 박학기 현우 이종원 권인하 홍진영 등이다. 음악만 많이 안다고 복면속 가수를 맞힐 수 있는 건 아니다. 김구라는 사람을 관찰하는 ‘종합적인 순발력’이 확실히 뛰어나다.

‘복면가왕’에 대한 예상을 넘어서는 좋은 반응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현행 방식대로 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주고 있다. 기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보통의 스타일로는 힘들고, ‘언프리티 랩스타’처럼 강하고 독한 프로그램만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기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도 크게 변화한 음악예능 트렌드를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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