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선처 해주셔서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으면”

[헤럴드경제]병역 기피 의혹으로 입국 금지를 당한 가수 겸 영화배우 유승준(39)이 한국을 떠난 지 13년 만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홍콩에 머물고 있는 유승준은 19일 오후 10시30분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한 뒤 바로 무릎을 꿇었다.

공소 시효를 다룬 영화를 준비하던 신현원프로덕션의 신현원 대표와 질문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 주고 받은 주요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신 대표가 네티즌들의 질문을 대신 유승준에게 전달했다.

-시기를 2002년으로 돌이킨다면 입대하겠냐?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이제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바로 갈 거다. 내 선택이 이렇게 큰 물의를 일으킬 줄은 몰랐다.”

-만 38세까지 군대에 갈 수 있는 나이인데 만 39세에 심경을 밝히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한국에서 군복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속사 사장인 청룽(성룡)에게도 군복무 의사를 표명했다. 그래서 작년에 군대를 가고 싶다고 한국에 연락을 했다. 그런데 38세까지 군대에 갈 수 있는 것은 80년대생부터 해당되는 것이더라(유승준은 76년생). 

-돈 때문에 13년 만에 심경을 고백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 20세 때부터 부모님을 모셔왔고,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찍었다. 돈 때문이 절대 아니다.“

-현재 입국 금지 상황이다.

”입국 금지 명단에 올라 있다. 비자든 무비자든 한국 땅을 밟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상범이라든지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정치범들과 함께 이름이 올라가 있다고 알고 있다.“

-미국 이민과 이후 (가수 활동을 위한) 귀국을 설명해달라.

”1989년 겨울, 13세 때 미국에 이민을 갔다. 1991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연예활동을 위해 한국에 온 건 1996년이다. 미국에서 데모 테이프를 보냈다. 영주권자로서 한국에 방문했다. 그때 미국에서 영주권자는 미국에서 6개월을 머물러야 했기에 한국에서도 6개월 이상 체류하지는 못했다.“

- 해병대 홍보대사를 한 것이 사실이냐?

”해병대 홍보대사를 했다는 기사가 많았는데, 홍보대사를 한 적이 없다. 금연 홍보대사 외에는 다른 홍보대사를 한 기억이 없다.“

-해병대에 자진입대한다고 기사도 보도됐었는데?

”당시 집 앞에서 기자 한 분이 ‘체격 좋은데 해병대 가도 되겠네’라고 하셔서 ‘그렇죠’라고 대답한 것이 기사화됐다.“

-군대에 거부감이 있었는가.

”거부감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군대는 늘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규칙적으로 생활했고, 아버지 역시 군대에 가라고 말씀하셨다.“

-군 신체검사 당시 몇 급을 받았나

”4급을 받았다. 공연 중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 갔다.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신체 상에 큰 문제는 없어 수술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허리 다친 사실이 알려지자 바로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지더라. 군대에 가겠다는 말을 그래서 더 많이 했다.“

-6개월 공익근무로 복무하면 퇴근 뒤 연예활동을 보장해주겠다는 특혜설도 있었다.

”당시 병역이 2년 정도였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해 2002년 일본 공연 뒤 미국으로 간건가?

”시민권을 취득할 계획을 미리 짜 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영주권은 아버지가 신청했다. 끝까지 거절했다. 당시 군대 가려고 시민권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9·11 테러 이후 시민권을 재발급 받는 것이 어려웠던 때다. 일본 공연 갈 당시 시민권 인터뷰 날짜가 나왔다. 아버지가 오라고 설득하셨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대신 군 복무를 한 뒤 입국이 허가가 된다면, 응할 의향이 있는가?

”어떤 방법으로라도 선처를 해주신다면 한국 땅을 밟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떳떳하게 밟고 싶다.“

-왜 13년이나 지나서 사과를 하는 건가?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 상황 판단이 안 돼서 제가 피해자인 줄 알았다. 아내가 군대에 가라고 이야기하더라. 그런데 자존심이 있어서 도망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바보 같았다. 최근 생각이 바뀐 이유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 혈통을 가지고 있고, 유승준(영어 이름은 스티브 유)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아이와 가족을 봐서도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배신자, 매국노, 거짓말쟁이 등 각종 비난이 쏟아졌다

”다 보지 않았다. 안 봐야 살 것 같았다. 어느 날 가족과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날 소재로 콩트를 하더라. 시청자들도 같이 웃었다. 그 즉시 TV를 껐다.“

-군 관계자와 국민들에게 할말이 있는가.

”선처를 해주셔서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으면 한다. 젊을 때 내린 결정에 대해 사죄를 드린다. 유승준이라는 이름을 다시 회복하고 싶다. 허탈감과 실망감을 안겨드려 사죄드린다.“

-인터뷰가 끝났다. 기분이 어떤가.

”아직도 답답하다. 정말 국민을 우롱하거나 기만하려고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개인적인 이유가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안다. 여러분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내 일련의 행동, 빨리 뉘우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

1997년 1집 ‘웨스트 사이드(West Side)’로 데뷔한 유승준은 ‘가위’ ‘나나나’ ‘열정’ 등의 히트곡을 내며 톱가수로 떠올랐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바른 청년’의 이미지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2년 입대를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 미국으로 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가 전에 수차례 자진 입대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팬들의 실망이 더욱 컸다. 청룽(성룡)이 대표인 JC그룹인터내셔널 소속으로 중화권에서 배우로 활약 중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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