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장녀로서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도도하고 지기 싫어하는 여자아나운서가 후배들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묘한 감정, 아버지와의 애증, 이문학(손창민)을 만나 사랑을 알게되면서 밝은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 등, 이 모든 것을 한 작품에서 소화해냈다.

“현정은 1회과 24회의 얼굴이 완전히 다르다. 변화과정이 한회 한회 다 달랐다. 그 변화과정에 사랑이 있었다. 사람의 본질은 안변하는데, 딱 하나 변하게 하는 건 사랑이다. 모태솔로 같았던 현정이 마지막에 활짝 웃었다. 집안의 책임을 다 짊어지고 살아온 그녀에게 도도함과 까칠함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집을 나간 아버지(이순재)가 기억상실이 되어 다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가족이 맏딸 도지원이다. 도지원을 통해 ‘가족과의 불화’를 해결하는 연결고리로 삼는다.
“현정은 겉과 속이 다른 여자다. 아버지와 이문학은 현정이 변화하는 터닝포인트다. 현정이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처음 털어놓은 것도 이문학이다. 사랑이 모든 걸 풀어주었다. 아버지까지 용서할 수 있었다.”
도지원이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풀어가면서 시청자의 감정도 함께 이입됐다. 이런 연기에 능한 것은 26년간 다져온 연기 경험때문이다. 2002년 ‘여인천하’의 경빈 캐릭터가 워낙 강해 다양한 모습을 못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차근차근 극복해나갔다. 소속사에서는 예능물 같은 데 나가서 도지원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다. 하지만 도지원은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했다. ‘웃어라 동해야’의 안나 역을 통해 자신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도지원이 배우라는 직업을 놓지지 않은 건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게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은 역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50세인 도지원은 동안이다. 채시라, 서이숙보다도 나이가 많다. 하지만 세월을 막으려 하면 살 수 없다고 했다. 도지원은 “배우는 생각과 느낌, 그 사람만이 가진 향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노력을 안하면 없어진다. 20, 30년이 지나도 도지원은 똑같네라는 외모가 아닌 저만의 느낌과 자아를 잘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