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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행들이 사우스베이 토랜스 지역에 앞다퉈 지점을 개설하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해 9월 CBB 은행(행장 조앤 김)부터다. CBB 은행은 토랜스 (3770 W. Sepulveda Bl. Torrance)지점에 구 중앙은행을 거쳐 BBCN 은행에서 북가주 본부장 등을 역임한 은행 근무 20년 경력의 이준명 지점장을 앞세워 토랜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CBB는 토랜스 외에도 지난달 풀러튼에도 지점을 열었다.
한국계 신한은행도 지난 1일 토랜스에 지점을 개설했다. 신한은행은 토랜스 지점에서 현지 한인과 지상사 등을 상대로 다양한 영업을 진행하고, 앞으로 채널 확장의 교두보로 삼아 지역의 랜드마크 은행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한국 우리은행의 현지법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이 7월 토랜스에 새 지점을 개장할 계획이다.우리아메리카은행의 캘리포니아 주 내 6번째 지점이 될 토랜스지점에서는 개인·상업용 모기지, 연방중소기업청(SAB)론 등의 금융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3개 은행이 추가로 토랜스에 지점을 열면서 이 지역에만 모두 7개의 한인 은행이 옹기종기 모여 경쟁을 벌이게 됐다.
한인은행들이 이처럼 토랜스에 잇따라 지점을 여는 것은 크게 2가지 관점에서 분석된다.
첫째는 은행 성장을 위한 인프라 다지기다. 한인은행들은 가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5번 고속도로(I-5)와 405번 고속도로(I-405)를 따라 LA에서 어바인까지 ‘금융벨트’를 완성해 주요 거점 지역에서 고객들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한인은행의 한 임원은 “최근 미국 대형은행들이 지점을 줄여 실속 차리기에 나섰다지만 한인은행들은 아직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지점망이 부족하다고 본다”라며 “토랜스 지역의 경우 한인인구가 계속 늘고 있고 LA 다음으로 순수 입금액이 가장 많은 곳이다. 시장규모에 비해 은행 지점 수는 적다는 분석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토랜스 진출의 두번째 이유는 수익창출이다. 신한은행을 예로 들어보면 지난 2012년 1700만달러, 2013년 2540만달러로 급성장세를 보여왔지만 2014년 당기순이익은 600만달러로 급감한 이래 올해 1분기에는 단 120만달러에 그쳤다. 총 자산도 2013년 9억850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9억6600만달러로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토랜스점으로 미국 지점망을 14개로 늘리고 내년 초 샌디에고 지점을 열어 남가주 전역에 영업망을 확충, 다양한 서비스로 수익을 낸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CBB와 우리아메리카은행도 토랜스 지역을 수익창출이 가능한 ‘그린 존’으로 보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편에서는 한인은행들이 금융위기 이전 성장 지상주의 시대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온라인시대에 그 효율성이 의심스러운 지점 개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비판한다..
은행 지점 확대를 통해 성공과 성장이라는 상징성을 과시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성과를 내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갖게 하려는 일종의 ‘겉치레’라는 것이다.
한인은행장을 두루 역임한 한 금융계 인사는 “지점을 더 내야 수익이 늘어난다는 근거는 없다”라며 “지점 한곳을 운영하려면 매년 백만달러 단위의 예산이 투입된다. 한인 은행들의 순이자 마진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수익모델없이 막연히 지점네트워크만으로 사세확장을 과시하기 보다 지점개설 비용을 효율과 순익을 높이는 분야에 투자하는 편이 백번 낫다”고 지적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