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10대들의 풋풋한 로맨스가 향하는 결말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KBS 월화극 ‘후아유-학교2015’는 방학때 방송했다면 두 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VOD로 보는 10대들이 너무 많아 체감 시청률은 꽤 높다. ‘프로듀사’ 서수민 PD의 딸도 ‘후아유‘를 열심히 본다고 했다.

‘후아유-학교2015’가 처음에는 왕따와 폭력 등의 문제를 내포한 진부한 학교 드라마인줄 알았는데 갈수록 일란성쌍둥이로 설정된 김소현의 1인2역과 미스터리 기법으로 인해 기존 학교 시리즈와는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드라마가 됐다.

단 2회만이 남은 이 드라마에서 이들의 엇갈린 로맨스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도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14회 방송에서 한이안(남주혁 분)이 은비를 향한 마음을 확고히 드러낸 가운데 공태광(육성재 분)은 은비에게 뽀뽀로 자신의 수줍은 마음을 전달함으로써 이들의 로맨스가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하지 마시라. 성인들이 하는 정통멜로가 아닌 10대들의 풋풋한 로맨스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이한, 공태광, 고은별 이렇게 세 사람이라면 결말이 뻔하다. 한이한이 사랑의 ‘위너’가 되는 삼각관계다. 하이틴물이라도 이런 구도를 암시하는 정도에서 끝내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한이한, 공태광과 고은별, 언니인 고은별 행세를 하는 동생인 이은비 등 남자 2명, 여자 2명이다. 여기서의 남녀관계는 성인물이라면 복잡해진다. 언니를 사랑했는데 알고보니 동생이더라는 이상한 방향도 연상될 수 있다.

한이한은 어릴 때부터 고은별을 좋아했는데, 지금 보고 있는 대상은 이은비다. 한이한은 상대가 자신과 공유한 과거 경험과 추억을 기억하지 못해 이상하게 느꼈지만, 사고로 인해 기억력을 상실했다고 하니 더 이상 파헤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애매한 상태에서 ‘역할 바꾸기‘는 이어져 지금 상황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후아유‘는 멜로를 꼬아놓기 위해 여주인공을 1인2역으로 설정한 게 아니다.

‘후아유’의 1인2역 설정은 목적이 있었다. 쌍둥이 고교생 자매가 통영이라는 시골에 살았는데, 한 명이 서울 강남의 대치동으로 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게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따돌림이 야기한 복잡한 문제와 연결돼 인물들이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드라마가 됐다. 왕따의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 등이 단순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다소 모호하고 복합적인 양상을 띠면서 풋풋해야할 로맨스까지도 진중하게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 이들의 로맨스 결말은 우선 고은별과 이은비의 상황을 두 명의 남자들이 감싸안는 것으로 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를 캐릭터의 성장이라고 하겠다.

한동안 사라졌던 고은별 입장에서는 자신 때문에 동생이 고생했던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이은비는 잘 살게 됐으면서도 학교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남주혁과 공태광은 두 자매의 삶을 이해하고 상처 입은 그들의 삶에 용기를 주어야 할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또라이 캐릭터’로 출발한 공태광 역의 육성재가 ‘복면가왕’ 출연이후 존재감과 비중이 크게 올라가고 캐릭터도 각성하면서 로맨스 구도도 팽팽해져 간다는 점이다.

여기에 1인2역을 해도 예쁜 김소현이 있다는 점이 ‘후아유‘의 힘이다. 김소현은 청소년 답지 않게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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