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인 “물흐르듯 자연스러움에 날 맡겼다”

가수 장재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개성’이다. 그만큼 장재인의 음색과 창법은 독특했고, 가능성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2010년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의 톱4였던 그는 사실상 ‘페이크 주인공’이었다. 방송 내내 우승자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이지만 이후 행보는 갈지자를 그렸다. 수차례에 걸쳐 소속사가 바뀌었고, 갑작스러운 근긴장이상증은 활동을 가로막았다. 그런 장재인에게 음악을 위한 안정적인 자리를 마련해 준 이는 ‘슈퍼스타K2’에서 심사위원으로 인연을 맺었던 윤종신이었다.
가수 장재인이 11일 새 앨범‘ 리퀴드(Liquid)’를 발매했다.
[사진제공=미스틱89]

장재인이 지난 11일 새 앨범 ‘리퀴드’를 발매하며 3년 만에 돌아왔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장재인은 “투병하며 집착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고 조금 더 나를 사랑하게 됐다”며 “자연스러운 흐름에 삶을 맡기는 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앨범의 주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밥을 먹어요’를 비롯해 최근 싱글로 선공개했던 ‘나의 위성’, ‘리퀴드’, ‘그댄 너무 알기 쉬운 남자’, ‘그거’ 등 6곡이 실려 있다. 포크에서 강점을 보이는 장재인의 목소리를 살린 섬세하면서도 담백한 편곡이 돋보인다. 장재인은 앨범 수록곡 전곡을 직접 작사하며 충실하게 감정선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투병하며 음악 활동의 지속 여부까지 고민했던 장재인을 일으켜 세운 것은 윤종신의 격려와 기다림이었다.

장재인은 “윤종신이 내게 앨범 작업을 위한 곡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는데, 나는 당시 한참 이런저런 글을 쓰던 중이라 곡 대신 글을 보냈다”며 “내 글을 보고 윤종신이 ‘너는 참 재미있는 아이로구나. 다시 봤다’고 칭찬해줬고, 그 글들이 가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재인은 이번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랑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밥을 먹어요’는 어색한 분위기에 밥을 먹으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라고 남자를 배려하는 여자의 모습을, ‘나의 위성’은 남녀 사이의 불확실한 관계를 서로의 주위를 맴도는 위성에 빗대 불안과 외로움을 표현한다. ‘리퀴드’는 흘러가지만 분명하지 않은 유동적인 관계를, ‘클라이막스’는 끝의 존재를 받아들이면 편안해지는 연인 관계를 노래한다. 관계의 미묘함을 그린 ‘그거’는 장재인의 한층 깊어진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장재인은 “그동안 사랑을 주제로 다룬 노래가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공백기 동안 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하며 사랑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장재인은 방송 활동을 통해 대중과 만날 계획이다. 장재인은 “그동안 협업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 그 꿈이 이뤄져 기쁘다”며 “앞으로 곡을 직접 쓰게 되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자이언티와 이적으로부터 곡을 받아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