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보다 자신의 얘기 쓰는게 중요
대중음악은 작곡가에 비해 작사가의 존재감이 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이나(36·사진) 작사가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히트곡이 꽤 많아 주목받고 있다. 그가 작사한 곡은 아이유의 ‘좋은 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조용필의 ‘걷고 싶다’ 등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해도 300곡이나 된다. 김이나는 올해 2만명의 음악저작권협회 등록 회원중 저작권료 수입 1위인 작사가에게 수여하는 작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그가 쓴 ‘김이나의 작사법’은 대학교 실용음악과 학생들 사이에서 교과서가 됐다.
김이나가 지은 노랫말을 보면, 노래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제시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을 알게된다. 노래의 포인트와 소구점 등 마케팅 포인트를 찾아내고, 이를 키워드로 적확하게 제시하는데 능하다. 남녀간의 만남, 사랑, 이별 등 감정의 흐름을 쪼개서 노랫말로 만들어내는 그 방법론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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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가수가 할 법한 말, 가수에게 어울리는 말을 찾는다. 허상이나 픽션 부분이 있다. 스토리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내 감정도 일부 동원하면서 실제 그 사람이 쓴 것 처럼 하는 페이크 다큐적인 느낌이랄까.”
‘내가 하는 이야기’와 ‘내가 아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미세하면서도 큰 차이를 낳기 때문에 이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다. 김이나에게 좋은 가사란 어떤 것인지도 물어봤다.
“곡의 매력을 100% 다 표현할 수 있는 노랫말 아닐까. 발라드일때는 특유의 깊이 있는 감정을 드러내고, 댄스는 특유의 경쾌함을 보여주는 가사다. 100점 짜리 가사가 붙어 정체성이 생기는 노래도 있지만 댄스는 가사만으로 100% 살리기 힘들다.”
김이나는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해 “가요를 엄청 많이 듣는다. 많이 안듣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많이 듣는다. 좋아서 하는 게 축적되는 거다. 평소에 특별히 훈련하는 건 없다”고 했다.
‘김이나표 노랫말’이란 어떤 것인지를 묻자 “이걸 알면 안된다. 김이나식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무의식적으로 그것으로 기준을 삼게 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김이나는 평이하게 써내려가면서도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듯 했다. 그는 “이 일도 인정욕구가 없으면 못한다. 유명인이 된다거나 대의, 이런 것보다는 칭찬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열심히 생각해보는 게 가사를 쓸때 많은 도움이 된다”는 말도 했다.
김이나는 작사라는 스킬을 배우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는게 좋다고 말한다. 자신의 관점에서 장단점을 써보라는 것이다. 남의 관점(프로듀서 마인드)으로 바라보려고 하는데, 사실 구체적으로 자기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자기 감정을 바라볼 줄 아는 것이다. 노희경 작가처럼 플러스 알파 요소가 있으면 더 좋다. 자기를 제대로 바라보고 쓴 가사에는 울림이 있다.”
김이나는 작사가 지망생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주문에 “주어진 일들을 충실히 하면서(학생이라면 공부) 서서히 가는 게 중요하다. 정확한 과정과 루트가 있는 직종이 아니다. 올인하는 건 위험하다. 올인하다가는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