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기’ 李ㆍ黃, 웃음 속 ‘우선순위’ 다른 만남

[헤럴드경제=홍성원ㆍ장필수 기자] 고교시절부터 시작해 ‘40년 지기’인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황교안 국무총리가 19일 국회에서 만났다. 황 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를 통과, ‘후보자’ 꼬리표를 떼고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 ‘데뷔’ 무대를 가진 뒤 처음으로 마주한 것이다.

경기고 72회 동창으로 문과에서 같은 반 친구 사이였던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뒤부터 사적(私的) 인연은 뒤로 한 채, 한 쪽은 ‘총리 부적격자’라고 공격하고 다른 한 쪽은 방어를 해야 하는 ‘얄궂은’ 인연의 끈을 이어와야 했다. 고교 동창의 만남은 내밀한 얘기를 허용치 않는 언론의 관심 속에 화기애애함을 포장지 삼아 어정쩡하게 시작되고 끝났다.


이날 오후 1시 40분께 국회 본청에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실을 찾은 황교안 총리는 이 원내대표와 양 손을 마주잡는 걸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전날 황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결정된 때에도 “공과 사는 구분한다”며 황 후보자와 통화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이종걸 원내대표는 활짝 웃고 손을 흔들며 언론 카메라를 대했다. 황 총리의 무표정이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경어’를 썼다. 황 총리는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다. 여러 분이 계시니까 대화가 상당히 쑥쓰럽네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총리께서 오셨다고 해서 어떤 말씀을 해야 하나, 저와 총리는 두 번이나 동창이다. 어린 시절 고등학교, 대학”이라고 했다. 경기고 졸업 뒤 두 사람 모두 성균관대에 진학(이 원내대표는 이후 서울대로 재진학)한 걸 말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곧바로 뼈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그런데 정말 동창이 되고 싶은 게 있다.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확대시키는 데 같이 함께 하는 동창이 되고 싶다”고 한 것.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 때만 해도 황 총리를 향해 “황교안 총리가 담마진이라고 하는 석연치 않은 질병으로 국민의 최고의무인 병역을 면한 사태를 잊지 않는다”며 “메르스라는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이 때, 국민 안전과 보건을 지켜야 할 최종책임을 진 총리가 어떻게 대처할지 우려스럽다”고 공격한 것보단 ‘톤 다운’해 친구에 ‘예’를 갖춘 셈이다.

이 원내대표의 이같은 말을 들은 황 총리는 웃었다. 그러나 사회정의와 민주주의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이냐에 대해선 이 원내대표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황 총리는 “대표님 말씀에 많이 생각을 같이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두 가지 과제가 정말 중요하다”며 “그걸 이루기 위해 그동안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부분을 더 많이, 더 빨리 할 것이냐, 이 부분에 관해서 견해가 다른 부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얼마든지 극복해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게 가능하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했다.

황 총리는 이어 “야당 대표님들이 그런 여러가지 생각들을 폭넓게 하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나라가 잘 되고, 우리 공동체가 잘 세워져 가는 데 많이 협력해주시고 도와주시고, 저에게 말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주셔서 소통없는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종걸 원내대표는 “감사드린다”며 웃었고, 황 총리는 “평상시에는 얘기를 잘 하는데 여러분이 계시니까 소통이 덜 된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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