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포이즌필 연장’ 경영권 세습

WSJ 등 소유 뉴스코프, 3년 연장 결정
주주들 달래기 위해 중간배당제도 도입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이 운영하는 뉴스코프가 ‘포이즌 필(poison pill)’을 이용해 경영권 세습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더선(The Sun)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자회사로 둔 뉴스코프가 머독 회장의 경영권 세습을 도울 포이즌 필을 최장 3년 연장하기로 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뉴스코프는 21세기 폭스사와 분리된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포이즌 필은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시도자의 지분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갖는다. 이번 조치로 15% 이상의 의결권 주식을 보유한 뉴스코프 주주들은 유사시 싼 값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차등의결권까지 도입한 뉴스코프는 머독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이미 의결권 주식의 39%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머독 회장 일가의 회사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주요 주주들의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와리드 빈 탈랄 왕자는 최근 뉴스코프 주식을 모두 팔았다.

뉴스코프가 포이즌 필 연장과 함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도입한 것도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로버트 톰슨 최고책임자는 “배당금 지급은 우리 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전망에 대한 믿음에서 온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배당금 지급 방침은 WSJ가 100명에 가까운 직원을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밝힌 당일 발표됐다.

디지털에 초점을 맞춘 사업 모델에 맞춰 관련 인력을 고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가장 늦게 디지털 체제로의 전환에 나선 WSJ의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각이다.

뉴스코프의 뉴스와 정보 분야 수익은 가장 최근 분기에 9%가 줄었다. 광고 수익은 12%나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권 승계 수순을 밟으려 준비 중인 84세의 머독 회장은 경영권 지키기에 한층 더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미 그는 21세기 폭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오늘 7월 차남인 제임스 머독에게 넘기겠다고 공표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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