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전통시장 메르스 직격탄>유커 발길 끊긴 춘천의 ‘명동’…병든 닭처럼 시름시름

닭갈비골목 中 예약취소 폭증…성남 모란시장 5일장 안열리기도
서울 상인들도 ‘한숨의 나날’…대부분 매출액 절반이상 줄어

“전멸이에요. 이렇게 장사가 안된적이 없어요”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지 꼭 한달.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통시장을 덮쳤다. 공포에 눌려 외출을 삼하고 회식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지역을 넘어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명소로 꼽히는 춘천 닭갈비 골목, 동대문 시장 등도 메르스 직격탄에 북적이던 평소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약없는 메르스발 불황에 상인들의 한숨은 그 어느때보다도 깊다. 

메르스 사태 장기화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지역 관광지와 전통시장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인기 한국방문상품 패키지 중 한 곳인 강원 춘천시 명동 닭갈비골목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평소 매상의 1/10도 안돼요’…유커 뚝 끊긴 춘천 닭갈비거리 = 지난 18일 찾은 강원도 춘천 ‘명동 닭갈비 거리’는 일부 상인들의 메아리없는 호객 소리만이 들려왔다. 닭갈비 집 20여개가 밀집한 이곳은 평소 매일같이 유커 수백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오는 명소다. 하지만 지난 12일 춘천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이후 내국인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직원들은 가게 앞에 나와 “음료수 서비스를 드린다”며 손님을 끌어보지만 거리에 다니는 사람 자체가 거의없어 헛탕치기 일쑤다. 아예 문을 닫은 가게도 눈에 종종 띄었다. 닭갈비 거리의 이동규 통장은 “지난달 29일 점심에 중국인 관광객 1570여 명을 15개 닭갈비집에서 나누어 받기로 했었는데 취소됐다”며 마른 울음을 삼켰다.

매일 20~30명씩 유커를 받던 닭갈비 식당 사장 최정윤(43) 씨는 “지난 주말이 사상 최악이었다. 평소 매상의 1/10 밖에 못 올렸다”며 “7월 말까지 메르스가 이어진다는데 그때가 딱 관광시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춘천시청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중국인 단체관광객 1570명, 강촌 레일바이크 4000명, 호텔 숙박 2000명이 예약을 취소하는 등 메르스 사태 이후 지금까지 총 7970명의 관광객이 춘천 여행을 취소했다. 가축과 약재, 기름가게 등 60여 곳이 밀집한 모란시장의 상설장 역시 한산하기만 했다. 5일마다 열리는 민속장도 메르스 확산 여파로 지난 9일은 문을 열지 않았고 14일이 돼서야 재개했다.

기름가게를 운영하는 김선자(52ㆍ여)씨는 “지난 14일 장 열렸을 때 평소의 절반도 안됐다. 원래는 골목골목 노점이 서고 발 디딜틈 없이 사람들이 밀려서 다닌다”며 “손님도 손님이지만 장사꾼도 안 나왔다. 우리 가게 앞에도 할머니들이 돗자리 펴놓고 파는데 안 나오셨다”며 씁쓸해했다.

H건강원을 운영하는 이강춘(60)씨는 “시장이 한번 휴업을 하고 나니 그게 또 소문이 났는지 더 한산했다”고 거들었다.

모란 민속장 상인회 관계자는 “평일에 장이 열리면 2만명, 주말에 열리면 4만~5만명 정도가 몰리는데 지난 14일은 주말이었는데도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장사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확 줄었다. 메르스가 노인들에게 더 위험하다고 하니 조심하시는 분위기인 듯 하다”고 설명했다.

▶‘다 놀고 있어요’…서울 전통시장도 상인들의 한숨만=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육회골목. 평소같으면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던 이곳에 빈 테이블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음식점의 한 직원은 “장사가 너무 안되니까 우리 직원들이 더 애닳을 정도”라며 “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하냐.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는 거냐”고 연신 물으며 눈시울마저 붉혔다.

휴업 중인 노점도 적지 않았다. 동문 초입 10여곳 등 전체적으로 스무곳 이상 노점에 불이 꺼지고 비닐이 덮여있었다. 한 노점상은 불 꺼진 옆 가게를 바라보며 “장사가 너무 안돼 다들 아예 며칠째 안나오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아예 행인을 찾아보기조차 힘들었다. 25년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홍모(56ㆍ여)씨는 “이정도로 장사가 안 된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축산물시장은 ‘파리 날린다’는 표현 그대로였다.

C유통 업주 김모(44ㆍ여)씨는 “우리 여기 다 놀고 있어요”라고 입을 열었다. 김씨는 “이렇게 된지 2~3주 된거같은데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져 걱정”이라면서 “정부가 빨리 제대로 메르스를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동대문구 경동시장과 약령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줄어든 손님에 상인들은 엎드려 있거나 아예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상인들의 침통한 표정이 메르스발 불황의 심각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전보다 절반 이상, 1/3 수준으로 줄었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S상회를 운영하는 김정언(49ㆍ여)씨 “개인 손님들이 시장에 안 오는 것도 문제지만 메르스 여파로 식자재를 사가야 할 식당이 장사가 안된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20년째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허일(55)씨는 “매일같이 뉴스에서 떠드는데 불안해서 사람들이 다니겠나”라면서 “세월호 참사때보다 사람이 더 없다”고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메르스 여파 탓에 전통시장 매출이 급강한 것이 확인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3개 기관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벌인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의 전통시장에서 메르스 발병 이전에 비해 방문객 매출액이 50~8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배두헌ㆍ이세진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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