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소수의견’ 웰메이드 법정물 탄생 윤계상의 새 얼굴 발견

영화 ‘소수의견’이 2년 간의 진통을 겪은 끝에 세상의 빛을 봤다. 영화는 묵직한 전개와 긴장감을 버무려 웰메이드 법정물 탄생을 알렸다.

‘소수의견’은 손아람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둘러싼 법정드라마다.

윤계상이 국선변호사 윤진원 역을 맡아 아들을 잃고 의경을 죽인 박재호(이경영) 변호를 맡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검찰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윤진원은 선배 장대석과 의기투합해 대한민국과 맞선다. 여기에 기자 공수경(김옥빈)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데 뜻을 함께하며 가세한다.

지방대 출신에 국선변호사와 형사소송이 전무한 이혼전문 변호사, 엘리트 검사집단의 대치 구도는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킨다. 변호인 측은 일방적인 방해를 넘고 대한민국을 피고로 소환하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한다. 청구금액은 단 100원이다. 돈이 문제가 아닌, 진실을 밝히는데 주력하겠다는 뜻. 하지만 엘리트 검사집단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국민도, 언론도 변호인 측을 응원하지만, 소수의 권력집단에게 묵살 당한다. 한국 사회 안에서 다수는 순식간에 ‘소수의견’이 되어버린다.

이런 과정에서 사건의 진실을 향해 가는 변호인단의 신념이 관객들에게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팽팽한 진실 공방이 펼쳐지는 법정신 역시 흥미롭다. 변호인단과 검사 측의 치열한 논쟁이 긴장감을 절로 유발한다. 더불어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려 억지스러운 전개를 펼치지 않았다는 점이 신선하다. 소위 말해 ‘짠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끌어간다.

2013년에 일어난 비극적 사건 용산 참사를 모티브 했다고 알려진 ‘소수의견’은 “모든 것은 허구이며 실존 인물은 없다”고 알렸다. 하지만 용산참사 뿐만 아니라, 부녀자 살인사건, 강호순 살인사건 등 사회에 충격을 안겼던 사회적 이슈들이 녹여냈다.

김성제 감독은 원작의 결말과 다르게 우발적인 상황과 의도치 않은 비극을 더했다. 이에 김성제 감독은 비극의 현장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별하는 것보다 그 너머의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가’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는 바라보는 입장 차이를 다시 한 번 짚어낸다. 더 나아가 사회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을 지적,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주인공 윤계상은 ‘소수의견’을 이끌어가면서 큰 중심축을 잡는다.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들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특히 알면 알수록 국가에 대해 실망하고, 좌절하는 윤진원의 감정선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연기했다. 감정의 폭이 크지만 감정, 눈빛, 대사 등으로 메운다. 윤계상 최고의 필모그래피라고 찬사 받아도 과언이 아닐만큼 ‘소수의견’ 속 윤계상은 윤진원 그 자체다.

유해진은 윤진원의 선배 장대석 변호사를 연기했는데, 무거울 수 있는 법정드라마에 활력을 제대로 불어넣는다. 유해진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좋아하는 영화팬들의 웃음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수의견’은 오는 25일 개봉. 러닝타임 127분. 15세 관람가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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