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토크쇼가 연예인들의 출연작품 홍보창구가 된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과거 지상파 방송3사 예능 프로그램, 특히 토크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은 자신의 새 영화나 드라마 출연이라는 특명을 안고 나왔다. 가수들이 각사의 음악방송에 의상만 바꿔입고 출연하듯, 배우들은 채널만 바꿔가며 등장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드라마 홍보, 영화 홍보, 남는 시간에 별 대수롭지 않은 신변잡기를 늘어놓았다. 토크쇼의 위기는 이렇게 찾아왔다.
지상파 예능의 위기는 한 마디로 ‘토크쇼의 몰락’에서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전히 과거진행형인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2 ‘해피투게더3’에는 같은 채널의 새 월화드라마로 오는 22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너를 기억해’의 주인공들이 방문했다. 서인국 장나라 최원영 이천희다.
‘해피투게더3’의 경우 토크 기반의 다른 예능프로그램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게스트의 출연목적을 철저하게 배려해 맞춤형 토크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타이틀 역시 대놓고 ‘너를 기억해 특집’이다. 자사 드라마 홍보출연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MC들이 던진 질문 역시 이를 부각시켰다. 여섯 살 차이인 장나라와 서인국의 케미를 묻고, ‘왕의 얼굴’에 이어 ‘너를 기억해’까지 또 KBS 드라마에 출연하는 서인국에게 “KBS 사장 아들 아니냐”고 질문한다. 좋은게 좋다고 다른 드라마 홍보도 한다. ‘프로듀사’ 속 아이유가 맡은 신디 캐릭터가 과거의 자신 같았다는 장나라의 고백이다. 새 드라마 ‘너를 기억해’는 물론 이번주 종영을 앞둔 KBS2 ‘프로듀사’까지 언급됐으니 ‘일타쌍피’인 셈이다.
전날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도 자사 드라마 홍보를 위해 연기자들을 앉혀놨다. ‘여왕의 꽃’에 출연하는 이형철, ‘딱 너 같은 딸’의 정보석이다. 더불어 개그맨 심현섭과 연기자 장원영이 합류한 ‘보석같은 노총각’ 편이었다.
‘라디오스타’ 역시 자사 드라마와 예능 출연자, 뮤지컬, 영화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홍보를 위해 방문한다. 과거 ‘라디오스타’가 오로지 하나의 주제로 연예인들을 다양하게 구성해 섭외에 나섰던 것에 비한다면 안일한 타락이라고 비쳐지는 대목이다.
다만 ‘해피투게더3’ 보다는 한 수 위다. 적어도 출연자들이 드라마 홍보를 위해 설명할 시간을 오래 주지 않는다. 아직 독기가 살아있는 MC들이 게스트를 영혼까지 탈탈 털어내는 통에 종종 홍보성 출연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어줄 때도 있다.
그에 반해 ‘해피투게더3’는 전통이라도 계승하듯 과거 토크쇼들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형식은 수년째 사우나 토크, 내용은 연예인 홍보다. ‘홍보성 토크’에도 레벨이 있다면 ‘해피투게더3’는 단연 최하위 감이다.
채널은 넘쳐나고 트렌드는 변화무쌍하며 시청자는 진화하는데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를 멈춰버린 장수예능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전국 기준 4.0%(닐슨코리아 집계). “어떤 시도든 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음에도 특화된 새로움을 가져가지 못한”(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탓이다. “평지풍파를 일으켜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해도 잘 되리라는 보장이 담보되지 않아 안정지향적으로 가고 있는 모습”(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미적거리며 머무르길 8년, 그 사이 TV 밖 세상은 너무도 많이 변했다. 시청자가 떠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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