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단속이냐 인권보호냐

LA 호텔 업계가 범죄단속과 인권보호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미 고등법원이 경찰에게 LA 전역의 숙박시설에 대한 불시 검문 권한을 주었기 때문이다.

연방 9지구 순회법원은 22일 찬성 5대 반대 4로 지역 경찰에게 LA 전역의 숙박시설을 불시 검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로써 LA 경찰은 매춘과 마약거래를 포함한 불법행위가 의심될 경우 시간을 불문하고 특별한 영장 없이 숙박시설을 검문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이 경찰에게 불시 검문의 권한을 부여한 것은 이른바 파킹 미터 호텔로 불리는 지역 모텔이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역 모텔들은 대형 호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카드가 아닌 현금 결제가 주를 이루고 하루 혹은 시간대별로 방을 빌려주다 보니 투숙객의 정확한 신원파악이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 파킹 미터 호텔을 이용해 마약을 거래하거나 매춘, 혹은 인신매매가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는게 법원의 설명이다.

법원은 이번 결정이 범죄 단속 목적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업주와 투숙객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불시 검문에 앞서 철저한 사전조사 및 영장 발부를 우선해야 할 것이며 업주들은 경찰의 불시 검문에 불응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단 검문에 불응할 경우, 경찰 수사를 위해 숙박기록을 포함한 각종 자료 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다.

반면 호텔 업주들은 경찰의 불시 검문은 미국 수정 헌법 제4조(The Fourth Amendment 또는 Amendment IV, 국민의 사생활 침해를 막는 법, 정부에 의한 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에 대하여 신체, 가택, 서류 및 동산의 안전을 보장받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LA에서 소형 모텔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한인 업주는 “물론 대형 호텔에 비해 현금 결제 비율이 높고, 일부 고객은 신분증 보이기를 꺼려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물증 없이 이들이 머무는 객실을 수색한다는 것은 업주와 투숙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 영장을 제시한다며 협조하겠지만 이번 조항은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