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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한인음식업연합회(KAFRA.회장 왕덕정) 지난 2011년 출범 이래 한인 요식업체 업주들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온 단체다. 그런데 이 단체가 25일을 끝으로 동면(冬眠)에 들어갔다.
동면은 먹을 것이 귀해지는 겨울동안 동물이 대사 활동을 최대한 낮춘 상태에서 일종의 가사상태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KAFRA의 동면은 한인 커뮤니티 요식업체의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는 결과다. 최저임금, 자릿새, 식품 원자재 값 등이 날로 오르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한국 프랜차이즈의 미 진출, 그리고 2세 혹은 3세로의 세대전환 실패 등이 겹치면서 KAFRA는 출범 4년만에 그 원동력을 잃어버렸다.
지금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처럼 되버린 경기 호황기, 한인 경제 단체는 너도나도 회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통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돈좀 있고 방귀좀 낀다는 사람들이 여럿 고개를 내밀면서 한자리를 놓고 여러명이 경선을 펼치는 모습도 흔하게 보였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이제는 내 입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버렸고 결구 각 단체들은 ‘내가 나서서 해보리다’를 외치던 인사들이 사라져버렸다.
KAFRA도 마찬가지여서 왕 회장 이후 회장직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동면 모드에 들어가게 됐다.
사실 KAFRA는 한인 경제 단체 중 가장 이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모범단체로 볼 수 있다. 끈끈한 친분을 바탕으로 뭉쳐 있어 분위기가 좋았고 회비 등 경비 부담이 적은 반면 노동법 세미나 등 알찬 행사가 많아 얻어가는 것이 쏠쏠했다. 하지만 어려운 살림살이는 결국 이런 단체마저도 그 명맥이 끊기게 만들었다. 왕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는 “잠시 겨울 바람을 피해가자는 취지에서 쉬기로 했습니다”고 했지만 한번 활동을 멈춘 단체가 다시 살아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왕 회장은 “저도 은퇴를 해야하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 물려 받겠다는 2~3세가 적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과 재료비는 오르고 렌트비도 뛰고, 걱정이지요”하며 한숨지었다.행사장에 걸려있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참 가슴에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