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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번호가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가 8일 주택임대시장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을 끊겠다면서 부촌은 다양화하고, 가난한 지역은 고급화를 유도하는 내용의 이른바 ‘신공정주택 규제’를 선보였다.
훌리안 카스트로 장관(사진)은 성명에서 “부촌에 저렴한 주택이 들어서는 한편 가난한 지역은 좋은 학교와 공원, 도서관, 상점 등이 조성돼 고급화하는 균형 있는 지역개발이 필요하다”며 규제 도입 배경을 밝혔다.
이 규제는 각 지역의 주택단지 조성 시 균형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방 차원의 보조금을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명단을 공개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담았다.
카스트로 장관은 “불행하게도 너무 많은 미국인이 거주지에 따라 꿈이 제한받아 왔다”며 “우편번호가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중요한 조치는 모든 미국인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주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방정부가 주택시장의 차별 철폐에 나선 것은 현행 공정주택법이 유명무실해져 주택 양극화가 심각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68년 발표된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은 주택 융자나 매매 또는 임대 시 인종이나 성별, 가족 상황 등에 따른 불공평한 대우를 금하고 있다.예를 들어 부동산 중개인이 흑인에게 부촌 내 주택을 소개하지 않거나, 은행이 인종에 따라 담보대출 제공을 차별하는 것 등을 할 수 없도록 해왔다.
하지만, 당국이 토지할당 등을 통해 부촌 주변에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 등을 못 짓게 하는 등 교묘한 흑인 차별을 유도해왔던 게 현실이다.특히 이번 연방정부의 신공정주택 규제가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지난달 연방대법원의 공정주택법 결정도 큰 몫을 했다. 대법원은 주택 관련 정책에서 정부 기관이나 기업이 인종차별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차별적 결과가 발생할 경우 ‘공정주택법’에 따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5대 4로 결정했다.하지만, 공화당은 연방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모든 동네를 똑같게 하려는 것은 비현실적 유토피아적 공상”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