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웃지 못할 촌극…조영남의 돌발 이탈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연출이야?”, “장난 아니야?”

7시간 가량 벌어진 한 편의 시트콤은 설득으로 마무리 됐다.

지난 13일 오후 KBS 2TV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에선 가수 조영남이 현장을 박차고 나가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사건은 이랬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조영남은 “6주간 방송해보고 ‘1박2일’ ‘삼시세끼’ 등보다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하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배우 김수미가 한 마디 거들었다. 김수미는 “우리 편의 시청률은 안정적인데, 조영남-이경규 팀이 분당 시청률이 낮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 때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 조영남은 “(김)수미씨 얘기를 들으면 내가 사퇴해야할 것 같다. 난 지금 화가 난 게 아니다. 분당 시청률이 가장 형편없다고 하니, 내가 프로그램에서 빠지겠다”고 말했다.

이경규는 일순 냉랭해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형님 한 주만이라도 하고 관두시죠”라고 말했지만, 조영남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현장을 떠났다. 진행을 맡았던 조우종 아나운서가 조영남의 팔을 붙잡고, 제작진이 거들었으나 엎어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었다. 김수미는 조영남의 등에 “그래요. 빠지세요”라고 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 역시 웅성됐고, 차마 진짜라고 믿기 힘든 광경에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춘 “연출 아니냐”며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잠시 지배했다. ‘나를 돌아봐’는 ‘버럭’하기 일쑤인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다른 연예인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자아성찰’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촌극은 실제상황이었다. 제작진과 이경규는 당시 현장에선 “라디오 생방송에 간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조영남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분투했다. 무단이탈에 연락두절 상태까지 이어지자 하차설이 돌았다. 결국 제작진은 조영남을 설득해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꾸릴 수 있게 됐다.

제작발표회 중도 퇴장이라는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지자 뒷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장 관계자는 “공식석상이었지만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호한 말에 불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다들 상당히 당황해했다”며 “함께 하는 자리인데 본인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어른스러운 행동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나를 돌아봐’인 것이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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