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많이 판매하는 가수의 소속사는 대형기획사도 있지만 소형기획사도 있다. 빅스, 방탄소년단, B1A4, 블락비의 음반을 제작하는 기획사는 규모가 별로 크지 않지만 지명도에 비해 음반판매량은 매우 높은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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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는 성시경, 박효신이 소속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아이돌 그룹이자 아티스트 아이돌(아트돌)이다. Mnet 리얼 서바이벌 ‘마이돌’을 통해 선발된 6명의 멤버로 구성된 VIXX(Voice Visual Value In Excelsis)는 최고의 목소리·비주얼·가치를 지닌 그룹이라는 의미다.
2012년 싱글 ‘SUPER HERO’로 데뷔하고 두 번째 싱글 ‘Rock Ur Body’를 발표했던 빅스는 2013년 세 번째 싱글 ‘다칠 준비가 돼 있어’에서는 이전의 풋풋하고 귀여운 모습과는 180도 다른 강렬하고 파격적인 ‘섹시 뱀파이어’로 컴백해 강렬한 컬러렌즈와 좀비 춤으로 ‘컨셉돌’의 열풍을 일으켰다.
데뷔 1주년을 맞이해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hyde’에서는 사랑에 다쳐 악마로 변해버린 남자의 선과 악, 내면적 양면성을 ‘지킬 앤 하이드’의 컨셉으로 표현해 같은 해 발매된 첫 정규앨범 ‘VOODOO’의 타이틀 곡 ‘저주인형’으로는 빅스만의 독특한 정체성에서 오는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2014년 발매된 네 번째 싱글앨범 ‘ETERNITY’은 8만2천여장, ‘사이보그’의 모습으로 컴백한 두 번째 미니앨범 ‘Error’음반은 무려 9만여장을 판매하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빅스의 스페셜 싱글 앨범 ‘Boys’ Record’는 대만 최대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FIVE MUSIC)’ 한일 차트에서 2주 연속으로 최정상을 석권하며 중화권 내 인기를 반영했다. 빅스는 최근 중화권 최대 에이전시 CN BLESS와 계약을 체결하고, 18일 광저우에서 쇼케이스를 여는 등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빅스가 대형기획사 소속팀이 아닌데다 신인급이면서도 높은 음반 판매율을 보이는 것은 음악적 완성도와 컨셉돌의 이미지 유지, 래퍼 라비와 메인보컬 레오의 자작곡 수록 등 음악적 성장을 보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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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도 신인임에도 2014년 2개의 음반으로 무려 20만장에 육박하는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데뷔후 지금까지 컨셉을 명확하게 해 스토리텔링을 이어오고 있는 게 팬덤 강화의 한 이유다. 힙합이라는 콘텐츠가 해외음악시장에서도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작곡가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방탄소년단은 데뷔부터 해외 러브콜이 있었다. 일본에서 골든디스크 신인상과 본상을 수상했고, KCON 무대에서도 좋은 반응 얻어 해외팬을 단시일에 확보했다. 중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남미에서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콘서트 티켓을 오픈하면 5분만에 매진되는 팀이다. 올해 발매한 ‘화양연화 Pt.1’은 발매 10일만에 10만장 고지에 도달했다.
요즘 ‘쩔어‘로 좋은 활동을 보이는 방탄소년단은 지난 6월말 네 번째 싱글 ‘포 유(FOR YOU)’가 발매 첫 주 7만 2000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일본 오리콘 싱글 주간차트 1위에 올랐다. 해외 힙합 아티스트가 싱글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01년 4월 장르별 랭킹 발표를 시작한 이후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B1A4는 지난해 ‘후엠아이’로 무려 12만6천장을 판매했다. 소속사인 WM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의 앨범 컨셉에 맞는 패키지 기획과 디자인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앨범 패키지 역시 기본 쥬얼케이스에서 벗어나 보고 살 수 있는 소장가치 있는 앨범이 되도록 기획한다. 가령 B1A4 정규 2집은 잡지 형식의 챕터별 구성으로 제작해서 멤버들이 필체로 본인을 분석한다던지, 공개되지 않은 어릴 때 사진에 멤버들의 인터뷰를 넣는 등의 방법으로 앨범에 팬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많은 스토리텔링이 담기도록 했다. 앞으로도 시크릿 트랙등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런 다양한 패키지 때문에 해외팬들은 K팝 음반을 리미티드 에디션 앨범으로 생각하고 소장하면서 음반 자체가 아티스트에 대한 하나의 기념품이 되고 있다.
소형기획사 세븐시즌스 소속인 블락비도 2014년 ‘H.E.R’음반만으로 무려 8만4천여장을 판매했다. 앨범이 잘 팔린 이유는 사람들이 좀 더 듣고싶어하는 노래를 냈기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블락비는 대형 기획사에 비해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별로 하지 않는다. 한가지 앨범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내지 않고, 한가지 버전으로만 발매하는 것도 소장가치를 높게 했다고 한다.
오프라인 음반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팬도 중요하지만, 해외 시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음반기획제작사에서 해외팬이 어느 정도 음반을 구매하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이 잘 안돼 있는 경우가 많다. 빅스, 방탄소년단, B1A4, 블락비 등 지명도에 비해 음반이 유독 많이 판매되는 그룹의 소속사는 해외팬들에 대한 마케팅 분석이 비교적 잘 돼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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