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일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은 전국 1085개의 상영관을 통해 56만 7076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개봉 이후 누적관객수는 657만 2701명이다.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암살’은 올해 최단기간 500만 관객 돌파에 이어 700만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개봉 2주차 신작 ‘미션:임파서블’의 출격에도 상승세를 보여주며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개봉 3주차인 3일 오전 6시 기준 28.2%의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이름 모를 독립군들의 흑백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암살’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시 떠올리고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제 시대의 비극과 영화적 재미를 적절게 버무린 연출은 관객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전작에서 짙은 오락성으로 관객들을 흥행 신화를 써왔던 최동훈 감독은 ‘암살’에서 오락성의 색깔을 많이 걷어냈음에도 불구, 캐릭터들의 대사, 상황 연출, 스토리 등으로 대중영화로 손색없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그야말로 충무로가 사랑하는 최동훈 감독의 힘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 등 이름만 들어도 안 볼 수가 없게 만드는 국내 톱배우들의 캐스팅은 ‘암살’의 흥행에 제대로 한 몫 더했다. 미모의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은 전지현은 액션과 저격신 등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도둑들’,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여기에 하와이피스톨과의 연민과 사랑 사이의 감정,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이의 슬픔과 분노 등의 깊은 내면연기도 함께 보여줬다. 평범한 시대에서 태어났다면 연애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지극히 평범한 여인으로 살아갔을 안옥윤을, 전지현은 일제 강점기 시대 속 비범하면서도 안쓰러운 인물로 만들어냈다.
전지현과 마찬가지로 ‘도둑들’에 이어 ‘암살’로 호흡을 맞춘 이정재는 영화의 키포인트를 쥐고 있는 인물 염석진으로 분했다. 이정재는 염석진 역을 위해 15kg를 감량하고 위태로운 염석진을 스크린에 담아내기 위해 무수면 상태로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최동훈 감독은 ‘염석진’ 캐릭터를 이정재로 담아두고 썼고, 그것에 보답하듯 이정재는 염석진에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최동훈 사단에 첫 합류한 하정우가 연기한 하와이피스톨은 살인청부업자로 안옥윤을 죽여야 하는 인물. 하정우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살인청부업자로서의 냉정함을 적절히 조합했고, 관객들은 ‘암살’ 속 가장 멋진 캐릭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지막 전지현과 하정우의 결혼식 총격신은 극중의 백미이자 하와이피스톨과 안옥윤의 서로를 향한 안타까운 감정이 잘 드러나 있는 신으로 아직 ‘암살’을 보지 못한 관객이 있다면 유심히 볼 것을 추천한다.
139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최동훈 감독은 일부러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 자체도 강요 받는 걸 싫어한다는 최동훈 감독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이야기 속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이런 일을 수행했다. 이에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정해져 있는 해답은 없다. 각자의 머릿 속에 있는 그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추세로 ‘암살’이 관객을 모은다면 천만돌파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 ‘암살’이 2015년 첫 천만돌파의 타이틀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모아진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