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스무돌 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날개 달고 재도약할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명배우 강수연을 집행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기존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함께 ‘투톱’ 체제로 영화제를 이끌게 된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강수연 위원장은 지금까지 집행위원장직을 고사해오다가 이번에 수락한 배경에 대해 “제 인생에서 배우 말고 집행위원장이나 다른 일은 계획에 없었다. 영화제가 힘들 때 들어가는 게 맞다고 보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힘든 상황 뿐 아니라 영화제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도 보람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연초부터 잡음과 함께 시작했다.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압력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해 영화제에서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데 따른 보복 조치로 보인다는 것. 최근엔 영진위가 ‘글로벌 영화제의 위상을 갖춘 만큼 자생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부산영화제의 지원금을 절반 가까이 삭감하기도 했다. 여느 해보다 영화제 준비가 힘들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둘러싼 외압 논란에 대해 “사실 부산영화제는 1회 때부터 그런 문제들을 겪어왔다. 자국의 검열 등 때문에 상영 금지되고 망명 온 영화, 해외 유출되기 힘든 상황의 영화 등 여러 영화를 틀어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화의 완성도, 예술성 만으로 작품을 선택해서 상영해왔기 때문에 20회 만에 영화제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치적 잣대도 검열도 법적 조치도 상관없이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를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하고 상영할 것”이라고 영화제 운영의 소신을 밝혔다.

덧붙여 “정치적이든 상업적이든 영화제가 어떤 편향으로도 치우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황(정치적 외압과 같은 잡음)이 있을 것이고, 영화 선정 기준은 오직 예술적 완성도 밖에 없다. 그 외의 것은 개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또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강수연 위원장은 위촉된 지 한달여 만에 업무에 대해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부산영화제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제 관련 자료를 다 달라고 요청해 짧은 기간에 상당한 공부를 했다고. 이날 행사 후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강수연 위원장은 “그렇게 공부하지 않으면 이용관 위원장님한테 혼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선보일 아시아 영화와 1960년대 숨은 한국영화 관련 기획전, 세계 최초로 선보일 엔터테인먼트 지적 재산권 마켓에 대한 관심을 수 차례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이용관 위원장은 강수연 위원장과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를 꾸리게 된 것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하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 스스로 지난 논란을 ‘성장통을 겪은 것’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스무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강수연 위원장의 합류를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길 기대해 본다. 더불어 영화제를 흔들기 위한 공작에도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켜나가길 응원한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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