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은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일찌감치 이름을 알린 인물입니다. 1990년대부터 자동차·전자·통신 등 TV 광고를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았죠. 특히 짧은 광고에서도 인상적인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담아내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첫 영화 연출작인 ‘뷰티 인사이드’는 탁월한 영상미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태어났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 그런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연애담은 설득력 있게 그려내지 못하면 자칫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그칠 우려가 있습니다. 백감독은 이 같은 독특한 소재를 보편적인 공감대로 그려내는 데 성공합니다. 동시에 디자인, 캘리그래피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만큼, 각각 가구 디자이너와 가구 전문점 직원인 남녀 주인공의 공간을 감각적으로 꾸미면서 비주얼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죠.
위안부 소재의 영화 ‘귀향’을 제작 중인 조정래 감독의 경우, 프로 판소리 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인간문화재 성우향 선생에게 판소리를 전수받은 후, 다양한 행사와 공연 무대에 서기도 했죠. 그는 이색 경력을 십분 활용해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 ‘두레소리’(2011)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기도 했습니다. 현재 조 감독은 국민 4만여 명의 모금 등을 통해 지난해 말부터 ‘귀향’ 제작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촬영은 6월 말 끝내고 후반 작업 만을 남겨두고 있으나, 투자·배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개봉일은 아직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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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백감독, 조정래 감독, 신수원 감독 |
지난 5월, 영화 ‘마돈나’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신수원 감독은 교단에 선 경력이 있습니다. 10년 전 한 공립중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소설을 쓰고 싶은 욕구를 억누를 수 없어 휴직계를 내고 글을 쓰기 시작했죠. 그러다 한예종 영상원에 발을 들였고, 소설 아닌 시나리오를 쓰면서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해 영화감독으로 전향하게 됩니다.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의 영향일까요. 신 감독을 처음 주목받게 한 영화 ‘명왕성’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좌절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담았죠.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그의 관심은 ‘마돈나’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밖에도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의 이창동 감독은 전직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시’에선 극 중에 등장하는 시를 직접 쓰기도 하는 등 자신의 장기를 유감 없이 발휘했죠. ‘경계’, ‘망종’, ‘이리’, ‘경주’ 등을 연출한 장률 감독 역시 소설가이자 중문학 교수 출신입니다. 마흔 나이에 전직한 늦깎이 영화감독인 그는, 정적인 풍경에 집중하는 화면을 통해 전직 소설가다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감독들이 전직에서 쌓은 경험과 소신 등이 영화에 반영된 지점을 발견하는 것도 이들의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되겠죠.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