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18초‘, ‘인터넷 핵잼‘이 ‘지상파 노잼’ 될 수 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11일 방송된 SBS 파일럿 프로그램 ‘18초’는 쏟아지는 영상속에 살아남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길이가 18초를 넘지 않는 짧은 영상 클립을 계속 만들어 보여주면 된다. 소재는 제한이 없다. 물론 지상파로 방송되므로 심의에 걸릴만한 부분은 편집된다.
이는 ‘조회 수 배틀 월드 리그’라는 스포츠 경기 컨셉으로, SNS 동영상 생태계를 보여준다. EXO의 찬열, 씨스타의 소유, 표창원 소장, 봉만대 감독, 만능 엔터테이너 김종민, 패션 스타 김나영, 영국 남자 조쉬, 직장인 팀인 월급도둑팀이 ‘18초’ 동안 시청자를 사로잡을 영상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출연자 8팀에 중계진(이경규, 배성재 아나운서의 중계와 이원재 KAIST 교수의 해설)을 포함해 9원 생중계였다.


김종민은 별난 과학실험들로 지식과 웃음을 모두 공략했다. 민트 사탕이 촘촘히 박힌 옷을 입고 콜라로 채워진 욕조에 풍덩 빠져 이산화탄소 생성을 촉진, 그 압력으로 폭발하는지를 실험했으나 실패했다. 또 비둘기들을 모이로 자신의 주위로 유인해 일시에 쫓는 실험을 했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수박 겉을 고무밴드들로 계속 둘러싸 터뜨리는 영상도 있다.

이런 영상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는 재밌거나, 특이하고, 아이디어가 가득한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지상파로 방송한다고 해서 재미있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병맛’ 코드를 지상파에서 함부로 사용하다가는 역공을 받기 쉽다. 진행자 이경규가 얘기했듯이, 그냥 바보 짓이 될 수 있다

봉만대 감독은 시나리오 없이 댓글만으로 초단편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도전을 펼치지만, 심의를 겨우 통과한 에로영화의 한 부분 같았다. 물론 이는 기자 개인의 관점이기도 하고, 지상파 시청자의 관점일 수도 있다.

‘18초‘는 기발한 동영상을 만드려는 출연자의 모습들을 방송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시청률이 나왔다. 첨단 스마트 디바이스와 APP(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 했지만, 지상파로 가져오면 그것으로 대중과 소통을 이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이런 형태의 선배격인 1인 인터넷 생방송 대결 프로그램인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감’을 익혀야 한다. ‘마리텔‘은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과정에서 채팅창에 올라오는 반응들에 대해 계속 대화하는 소통력이 ‘꿀잼’ 비결이다.

‘마리텔’이 어떨 때는 방송 내용보다도 그 내용에 대해 계속 올라오는 댓글들을 읽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은 ‘마리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생각보다 공격적인 댓글들이 많고, 출연자가 이들 채팅 글들로 인해 약간 열받으면 더욱 재미있어지지 않는가.

‘18초‘가 ‘마리텔’이 하는 댓글을 그대로 활용하라는 게 아니라, 시청자 정서를 어떤 형식으로건 ‘마리텔‘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그런 고민 없이 출연자가 계속 올리는 동영상의 조회수 순위만 가리다가는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서 ‘핵잼’ 이었던 콘텐츠가 지상파에서는 ‘노잼‘이 될 수 있다.

/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