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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타운 중심부인 6가와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시티센터 온 식스(City Center on 6th, 이하 시티센터)’ 쇼핑센터가 최근 도입한 ‘구매금액별 차등 주차제도’가 타운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시티센터는 소리소문 없이 지난 15일부터 쇼핑몰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구매금액에 따른 차등 주차금액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마켓은 10달러 미만 구매 고객은 30분 무료 주차. 10~49.99달러 구매하면 1시간 무료, 50달러 이상 구매하면 2시간 무료 주차제를 도입했다. 푸드코트는 점심 1시간 30분, 식당은 점심 1시간, 저녁 3시간이 기준이다. 주차비는 주차장을 떠날 때 티켓과 구입 영수증을 함께 제출하면서 계산한다.
차등주차제도 이후 시티센터 몰에서는 주차 요금을 놓고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주차장에는 평소보다 차들이 더 길게 늘어서는 혼란상태가 벌어지고 있다. 차등 주차 논란은 건물주와 테넌트 그리고 방문자간 입장이 크게 다른 데서 비롯된다.
이들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어 옳고 그름을 가르기 어렵다.
건물주인 제이미슨 서비스측은 파킹랏 부족 현상을 해결하면서 쇼핑몰 안에 차를 주차하고 인근 쇼핑몰을 이용하는 얌체 고객을 가려내자는 것이 주차 차등요금제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사실 시티센터의 주차난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유사 쇼핑몰에 비해 주차장이 워낙 비좁게 설계된데다 수용 가능 차량에 비해 이용객이 많다보니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고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시티센터에 차를 세우고 인근 쇼핑몰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단,차등제가 이용시간이 아닌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한때 타운내 마당몰도 주차 차량을 엄격히 관리한 적이 있다. 당시 마당몰은 출입과정에서 파킹티켓을 발급하지 않았는데 이에 마당 쇼핑몰내 상가에 볼 일이 없더라도 인근 윌셔와 웨스턴지역의 다른 곳을 가기 위해 마당 파킹건물에 주차하는 얌체족이 급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마당 쇼핑몰 관리팀이 경비인력을 늘려 오가는 행인들의 동선과 방문목적을 일일이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경비원과 고객 사이에 말다툼까지 일어났다.결국 마당몰측은 주차 시스템을 설치하게 됐다.
시티마켓이 차등 주차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차량 출입이 잦은 타 쇼핑몰 업주들과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대형 요식업체들도 주차 차등제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 바로 도입하기 보다 시티마켓의 성공 여부를 지켜볼 계획이다. 만일 시티마켓의 시범운영이 성공한다면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쇼핑몰이 늘어날 수 있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시티센터의 조치는 ‘갑’질로 보인다. 한인들은 “쇼핑이라는 것이 물건을 돌아보며 살 것을 고르는 것인데 건물주의 주장대로라면 내가 살 것과 금액을 미리 정해서 그만큼만 쇼핑몰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래서야 쇼핑몰에 가겠느냐”라고 불만스러워 한다. 결국 돈 많이 쓸 사람만 편히 쇼핑하라는 건 일종의 차별적인 갑질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액 기준이 아닌 시간을 기준으로 삼고 일정 시간 주차 이후에는 무조건 동일 요금을 적용했다면 불만이 적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번 조치로 가장 곤란해진 쪽은 테넌트인 상점주들이다. 테넌트는 고객은 물론 건물주 눈치까지 봐야한다. 건물주는 무료 주차 시간이 지나면 남은 시간은 테넌트가 주차티켓을 구매해 해결할 것을 권하고 있다. 매장을 운영하는 테넌트로서는 건물주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곤혹스럽다. 한 테넌트는 “건물주가 티켓을 판매해 수익을 늘리려는 것”이라며 “구매 고객에게는 감사하지만 주차비까지 대납하라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이런 고민을 고객에게 떠넘길 수도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시티센터의 주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지만 해결 방법에서는 누구 하나 만족시킬만한 묘책이 없는게 현실이다. 아이디어 공모라도 해야할 판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