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급 멜로, ‘뷰티 인사이드’가 특별한 이유

여름 극장가는 ‘액션 천국’이다. 유명 액션 프랜차이즈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 대표 주자. 한국영화 ‘암살’은 총격 액션이 가미된 시대극이고, ‘베테랑’은 육탄전과 카 체이싱 등이 펼쳐지는 형사물이다. ‘협녀, 칼의 기억’은 멜로 정서가 강하지만 무협 액션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액션의 스타일과 비중은 저마다 다르지만, 관객의 흥을 돋우고 몰입도를 높이는 양념 역할을 한다는 점은 매한가지다.

액션의 향연 속에서 다소 심심해 보이는 멜로 영화 한 편이 출격했다. 그 주인공은 여름 극장가 ‘빅(Big)4’ 중 마지막 주자인 ‘뷰티 인사이드’(백감독ㆍ제작 용필름).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관객층이 형성되는 멜로 장르가, 치열한 성수기에 출사표를 내미는 경우는 드물다. ‘뷰티 인사이드’가 이 시기에 나선 건, 영화의 차별화 된 강점들 덕분에 가능했다. 날마다 얼굴이 변하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이색 설정,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찬 출연진, 광고계를 주름 잡았던 감독의 빼어난 영상미 등이 그렇다.

▶‘날마다 얼굴이 변하는 남자’…주인공 ‘우진’ 역에 123명 투입=‘뷰티 인사이드’는 2012년 인텔&도시바의 합작 소셜필름인 ‘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가 원작이다.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와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영화는 보다 풍성한 에피소드와 깊이 있는 감성으로 그렸다.

주인공 ‘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얼굴로 아침을 맞는다. 나이와 성별은 물론, 국적까지 넘나든다. 그렇다보니 주요 에피소드 외 몽타주 등장까지 합하면, 우진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모두 123명에 달한다. 그 중엔 일반 배우들도 있고, 현장에서 감독의 눈에 띄어 등장한 보조 출연자도 있다. 현장 스태프들은 물론, 출연 배우들의 매니지먼트사 대표들까지 ‘우진’ 역에 가세했다.

▶멜로영화에서 전무후무한 ‘어벤져스’급 캐스팅=123명의 ‘우진’ 중에서도 주요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21인의 면면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하다. 박서준, 이범수, 천우희, 이현우, 이진욱, 서강준, 김희원, 이동욱, 고아성, 김주혁, 유연석 등. ‘노다메 칸타빌레’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도 한 에피소드를 담당한다. 

여름 극장가 ‘빅(Big)4’의 마지막 주자로 ‘뷰티 인사이드’가 나섰다.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와,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특별한 로맨스를 담은 영화. 한 작품에서 만나기 힘든 화려한 출연진과 광고계 베테랑 감독의 탁월한 영상미가 기대감을 모은다.

‘뷰티 인사이드’의 가장 큰 과제는 이들을 한 사람의 ‘우진’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제작사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는 여주인공 한효주에게 ‘모든 우진을 평등하게 쳐다봐 줄 것’을 주문했다. 이수가 한 사람의 우진을 대하듯 연기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였다. 우진의 어머니(문숙 분)와 친구 ‘상백’(이동휘 분)의 존재는 우진을 현실에 발 딛고 선 인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영화 속 많은 공간들이 가구(극 중 우진의 직업은 가구 디자이너)와 연계된다는 점도 우진이라는 인물의 동일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대신, 배우들의 걸음걸이나 눈빛, 습관 등을 인위적으로 통일시키는 일은 없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조금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우진의 상황과 심정을 공감한다면, 배우들이 각자 나름대로 연기해도 자연스럽게 같은 인물처럼 보일 것이라고 감독은 판단했다. 

▶광고계 베테랑의 손 끝에서 탄생한 영상미=메가폰을 잡은 백감독(본명 백종열)은 광고계 베테랑이지만, 영화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선한 발상과 소재, 화려한 출연진 등의 풍성한 ‘재료’를 신인감독에게 오롯이 맡긴다는 것은 모험일 수 있었다. 임승용 대표는 백감독이 서사가 있는 영상을 다뤄왔다는 점, 배우들을 화면에 잘 표현해낼 줄 안다는 점에서 불안함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감독의 감각이 묻어나는 영화 속 공간들은, 특별한 주인공의 로맨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우진을 사랑하는 여자로 분한 한효주는 전작들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화면을 채운다.

물론, 감각적인 연출에 반해, 후반부로 갈 수록 스토리의 힘이 떨어지는 단점도 보인다. 소재의 신선함에 견줄 만한 새로운 결론을 내지 못 한다는 점도 아쉽다. 다소 안이하게 보이는 설정이나 결말 또한, 상업영화라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제작자 측의 설명이다. 

<p.s> “현실에선 불가능한 사랑? 선물 같은 영화도 있어야” 임승용 용필름 대표

“멜로 장르 자체가 남녀가 만나 위기를 겪었다가 좋아지는 전개는 뻔하잖아요. 멜로가 담고 있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얼굴이 변하는 주인공이라는 설정도 매력적이지만, 영화에 기본적으로 깔린 ‘슬픔’의 정서가 좋았어요. 사랑이 완성되기까지 걸림돌이 많은 상황에서의 슬픈 감정, 그것이 영화를 만들고 싶게 한 원동력이었죠.”

임승용(45) 용필름 대표는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방자전’, ‘표적’ 등 다수 영화를 제작했다. 임 대표와 백감독은 ‘올드보이’ 때 인연을 맺은 사이. 임 대표가 ‘올드보이’ 프로듀서로 일했던 당시, 백감독은 타이틀 디자인을 담당했다. 오랜시간 친분을 다져왔지만 함께 영화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뷰티 인사이드’ 원작에 두 사람 다 매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했다.

주인공 ‘우진’을 연기한 21인의 배우들 상당 수는 임 대표와의 인연으로 작품에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일은 다음 작품으로 미뤘다. 그보다는 사랑에 빠진 우진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매끄럽게 이어달리기 하듯 연기한다. 다만, 우진이 여주인공 ‘이수’와 교감하는 에피소드는 주로 미남 배우들의 몫이라는 점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영화의 메시지와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그 점을 고민했죠. 백감독은 좀 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생각했고, 엔딩 무대가 체코라는 점에서 현지 배우가 등장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어요. 그런 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대상화되지 않은 인물이 화면에 들어왔을 때 관객들이 낯설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뷰티 인사이드’는 임 대표가 생각하는 상업영화의 지향점에 충실한 작품이다. 그는 “영화가 현실을 닮을 필요도 있지만,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는 선물 같은 느낌이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두 남녀가 만날 수 없는 이야기를 했더라면, 사람들에게 이만큼의 감정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며 “제작자로서 사람들이 바라는 결정을 하지만, 그 과정은 색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제작자로서의 가장 큰 바람이야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일 터. 임 대표는 좋은 비주얼을 만드는 재능을 가진 백감독이, ‘뷰티 인사이드’를 시작으로 신선한 작품들을 더 만들 수 있길 기대했다. 아울러 그는 충무로를 이끌어 갈 배우들인 ‘뷰티 인사이드’의 주역들이 영화에 만족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혜미 기자/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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