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는 어떻게 SBS 간판 프로가 되었나?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오는 5일로 1000회를 맞는다. 1992년 3월 31일 개국 1년을 맞은 SBS가 시사 프로그램으로 첫 방송을 시작했으니 무려 23년이 넘었다. 지금은 SBS의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진행자도 문성근(1대, 4대) 박원홍(2대) 오세훈(3대) 정진영(5대) 박상원(6대) 김상중(7대)으로 바뀌었다. 대부분 연기자를 MC로 기용한 게 특징이다. 민인식 교양국장은 “배우는 현실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면서 “문성근이 호소력이 있는MC라면, 김상중은 젊은이들에게도 친근하고, 아이콘적인 역할을 하며 무게감도 갖췄다”고 말했다.

문성근은 “90년대에 배우가 이런 심층시사다큐를 진행한 건 처음이었다. 말하면서 걷는 건 PD나 기자가 잘 못하는 데 연기자는 비교적 자연스럽다”면서 “나는 원래 연극하는 사람인데, ‘그것이~’의 카메라 거리가 조금 높다보니 톤이 높고 적극적으로 말한 게 이 프로그램의 특징처럼 돼버렸다. 이 프로그램이 신뢰를 받게 된 것은 흔들림 없이 여기까지 온 제작진의 공이다”고 했다. 


‘그것이~’가 다른 시사다큐에 비해 오래 살아남은 것은 미스터리 추리방식을 사용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형 탐사보도를하기 때문이다. 미니시리즈나 영화를 보는 것 같을 때도 있다. 특히 살인사건은 드라마틱하면서 갈수록 진화하는 세련된 재연으로 미국드라마 CSI를 보는 듯하다.

‘그것이~’는 지난 29일 999회로 ‘죄와 벌-대구여대생의 억울한 죽음’편을 방송했다. 단순교통사고로 종결된 이 사건은 스리랑카인이 사건 현장 주변에서 발견된 여대생 내의에 묻은 DNA와 일치해 성폭행범으로 잡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고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다.

7년 6개월을 진행한 김상중은 “‘그것이~’를 통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것들을 정화할 수 있어 좋지만 던져주기만 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결하기 힘들수록 ‘그것이~’는 방송되어야 한다.

999회도 사건을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다. 여기서부터 세상을 바꾸는 힘이 생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실현돼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다”는 김상중의 마지막 멘트는 힘있게 다가갔다. 우리나라 공소시효보다 두 배나 긴 스리랑카와 사법공조로 수사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이런 점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가 계속 방송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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