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지역 한인 의류업계는 2001년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었던 9.11사태 못잖게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9.11보다 하루 앞선 9월 10일 1000여명의 연방 정부 산하 사법기관 요원들이 투입된 대규모 합동 단속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인질로 잡힌 미국인 마약 딜러의 몸값을 멕시코로 주는 과정에서 LA지역 한인 의류업체가 연루돼 2년여간 함정 수사를 거쳐 대규모 합동 단속이 이뤄졌고 현금매출 보고 규정을 어긴 70여곳의 의류 업체가 직접 조사를 받았다.이 가운데 한인업체도 20여곳 포함됐다.
이 합동 단속에는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마약단속국(DEA), 로컬 경찰, 국가 안보국(HSI), 연방 국세청(IRS) 그리고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미국의 사법당국이 거의 총동원돼 가히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40여년간 의류 산업을 일군 한인들의 노력과 성과는 오간 데 없이 마약 자금이나 세탁하는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쓰게된 ‘한인의류비즈니스 치욕의 날’이었다.
![지난해 9월 10일 LA다운타운 의류업계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대규모 합동 단속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 이날 멕시코 마약 자금 세탁 혐의를 받고 20여곳의 한인 업체를 비롯해 총 70여곳의 업체들에 대한 현장 수사가 이뤄졌다. 현재는 대부분의 한인 업체들이 마약 자금 세탁 동조 혐의 보다 일부 소득세나 관세 누락 등 탈세 혐의에 대한 법리 다툼이 진행 중이다.](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15/09/단속4.jpg)
지난해 9월 10일 LA다운타운 의류업계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대규모 합동 단속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 이날 멕시코 마약 자금 세탁 혐의를 받고 20여곳의 한인 업체를 비롯해 총 70여곳의 업체들에 대한 현장 수사가 이뤄졌다. 현재는 대부분의 한인 업체들이 마약 자금 세탁 동조 혐의 보다 일부 소득세나 관세 누락 등 탈세 혐의에 대한 법리 다툼이 진행 중이다.
■ 혼란속 악성 루머만 가득
지난해 합동단속이라는 초대형 악재 이후 관련 정부기관들의 잇따른 규제 강화로 LA지역 한인 의류업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현금 유동성은 크게 악화됐고 이로 인해 문을 닫는 업체도 속출했다. 더욱이 멕시코 마약 자금 세탁 혐의 수사라는 명분으로 인해 가뜩이나 해마다 줄었던 멕시코발 구매 고객들의 발길마저 한동안 뚝 끊겼다. 1년 사이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도 크게 약화돼 1달러당 14페소였던 환율이 현재는 17페소에 육박, 방문 구매자도 줄고 개별 구매액 역시 큰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금 위주의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고객이 급감함에 따라 포에버21, 로스, TJX, 벌링턴, 메이시스, 블루밍데일, 어반 아웃피터스 등 대형 의류 유통 업체들과 거래선을 넓히기 위한 한인 의류 도매업체들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와 과당 경쟁 탓에 지난 1년간 업계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건설적인 정보 보다 악성 루머가 업계를 주도했다. 대부분 의류 도매업체들의 파산설이나 업주의 ‘야반도주’설이 주로 퍼져나갔다.
1년전만 해도 대규모 합동 단속에 포함된 한인 업체들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생성됐던 악성 루머는 1년이 지난 현재 회사 규모와 관계 없이 분별 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별다른 문제없이 회사를 잘 운영하던 일부 업체들이 거래 은행과 협력 업체들의 악성 루머에 대한 해명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불필요한 과정도 겪고 있다.
■ 갈림길에 선 의류업계
현재 한인 의류업계는 ‘위기 상황의 장기화’냐 ‘재도약을 위한 새판 짜기’냐의 갈림길에 서서 갈등하는 모습이다. 대규모 합동 수사의 빌미를 제공했던 무자료 현금 거래와 관련 당국에 대한 현금거래 보고 의무 소홀, 탈세 등 오랜 관행으로 치부해 온 그릇된 운영 방식에서 과감하게 체질 개선하는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기존 1만 달러였던 1일 현금 보고 규정이 3000달러로 크게 강화된 이후 위기감을 느꼈던 당시 의류 업계의 긴장감은 최근들어 찾아 보기 힘든 상황이다.
“다시 1년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라는 일부 의류업주들의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 4대 패션 도시로 성장한 LA의 위상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의류 도매업체들이 직접 소매판매 브랜드 및 매장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설립하는 것을 비롯해 새로운 판매처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샌페드로패션마트협회 돈 리 회장은 “1년전 한인 의류업계가 겪은 위기는 당장은 힘들지만 오랫동안 관행으로 치부했던 그릇된 운영 방식을 다시 재정비 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방식을 이제는 과감하게 정상화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현재의 위기를 딛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