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대중가요 상쾌한 자연속 감상
친구·연인·가족 잠시 소풍온듯 즐겨
신생 축제 불구 성공적 축제 자리매김
음악페스티벌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1999년 인천 송도에서 국내 최초의 록페스티벌이랄 수 있는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이 열린 이후 지난 16년간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내실보다는 마케팅으로 흥행을 노린 음악 페스티벌도 등장해 중복되는 이벤트가 이어지며, 음악페스티벌 ‘거품론’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 양적으로만 비대해지는 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성장과 진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몇몇 부정적인 요소들은 ‘성장통’으로 봐야한다.
음악페스티벌은 록페스티벌 위주로 개최돼왔다. 안산M밸리와 팬타포트, 지산월드록, 부산국제록, 렛츠록 등 한 해 열리는 록페스티벌만 7~10개 정도 열린 적도 있다.
![]() |
지난 19~20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음악페스티벌의 목록을 다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포레스트 캠프는 윤종신이 SNS를 하는 과정에서 기획된 이벤트다. 록페스티벌은 있는데,‘ 감성 발라더’들이 함께 모여 달콤한 노래를 부르는 음악축제는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
하지만 올해는 몇몇 록페스티벌이 열리지 못했다. 그동안 록페스티벌을 통해 뮤즈와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메탈리카, 마룬5 같은 ‘빅 그룹’을 만났다는 것은 음악팬들에게는 축복이라 다름없었다.
록페스티벌만 열리는 게 아니다. 재즈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힙합 뮤직 페스티벌, 규모가 작은 인디음악축제 등도 열려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페스티벌과 클럽문화가 결합된 음악페스티벌 등 음악페스티벌의 형태도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
누구나 일상이 무료하고 답답할 때는 일탈의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정상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일탈문화가 별로 없는 우리에게는 한 여름 장마철에 열리는 록페스티벌이 그 기능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질주감 있는 록 음악에 몸의 흐름을 맡기는 건 행복한 경험이다. 굳이 계속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열광하지 않아도 된다. 캠핑 의자에 앉아 폼을 잡고 있어도 된다. 지난 19~20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음악페스티벌의 목록을 다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포레스트 캠프는 윤종신이 SNS를 하는 과정에서 기획된 이벤트다. 록페스티벌은 있는데, ‘감성 발라더’들이 함께 모여 달콤한 노래를 부르는 음악축제는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윤종신은 이를 바로 실행에 옮겨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아직 2회밖에 되지 않은 신생 페스티벌이지만 자연 속 음악 감상, 관객들에게 친숙한 대중 가요를 중심으로 한 라인업 구성 등 다른 페스티벌과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하며, 가을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록페스티벌은 너무 요란해서, 또 재즈패스티벌은 너무 전문적이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음악 페스티벌은 가고싶은데 막상 가기가 꺼려지는 사람들이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라섬의 넓은 초원에 세워진 스테이지 앞에는 스탠딩 존이 있고 뒤에는 피크닉 존이 있다. 조금 더 열광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사람은 스탠딩 존으로 가서 욕망을 불사를 수 있다.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조용하게, 조금 더 감미롭게 즐기려는 사람들은 뒤에다 돗자리를 깔면 된다.
그런데 의외로 피크닉 존을 선호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가족 단위, 연인 단위, 동성 친구 단위, 이성 친구 단위, 직장인 동료 단위, SNS를 통한 관심 동호회 단위의 사람들이 저마다 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으면서 음악도 듣고 가벼운 대화도 나누며 웃고 있었다. 모두 행복해 보였다.
해가 떨어지는 5시 이후부터는 최상의 환경을 제공한다. 자연을 벗삼아 음악소리를 들으면 일주일간의 피로가 풀린다. 음악이란 감상하는 공간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실내와 실외 또한 큰 차이를 제공한다. 아예 얇은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사람도 있다. 누우면 별이 보인다. 연인들은 서로 기대어 있다. 이처럼 음악을 즐기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무엇이건 해도 되고, 아무 것도 안해도 된다. 주위 사람에게 방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여느 록페스티벌과 달리 원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진행해 음악의 집중도를 높이고,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였다. 이틀간 공연 무대가 10팀인만큼 한 팀 한 팀 무대 구성에 공을 들였고, 관객들의 감동과 만족도는 배가됐다. 2회만에 이틀동안 2만5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만도 성공적인 음악축제로 자리잡았음을 알려준다.
기자는 둘째날 자라섬을 방문했는데, 윤종신-유희열 무대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9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추억의 노래들은 관객들의 떼창을 만들어내는 장관을 연출했다. 스스로 완창이 목표라고 했던, 쉽게 들을 수 없는 유희열의 노래는 이날 공연의 큰 선물이었다.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 김형중 권진아 윤하는 유희열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유희열 윤종신 김형중 세 사람은 ‘그럴 때 마다’, ‘뜨거운 안녕’을 불렀고, 이날 헤드라이너이자 피날레인 ‘보컬신’ 김연우가 ‘여전히 아름다운지’ ‘사랑했지만’ ‘이별택시’ ’나와 같다면’을 불러 관객을 매료시켰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관객들에게 가을밤 최고의 추억을 선사했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