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압도적인 5분 30초, 음악도 없는 대지진의 공포가 온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조현상이 지나간 서울에 마침내 대지진이 온다. 재난드라마 ‘디데이’가 국내 드라마업계의 진화한 기술력을 선보일 기회다.

150억원을 투입한 JTBC ‘디데이’는 국내 최초의 재난 메디컬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보여주기 위해 3회 방송분에 총력을 기울였다. 컴퓨터그래픽(CG)과 오픈세트를 동원해 흔들리는 서울을 구현한다.

이미 앞서 공개된 티저영상을 통해 서울의 상징물인 ‘남산타워’가 두 동강이 나는 모습이 담기며 드라마는 시청자의 기대치를 높였다. 국내 안방 드라마로는 최초의 시도이지만 몇 편의 영화 등을 통해 CG를 활용한 다양한 장르를 접하며 실망감을 안을 때도 있었다. 드라마는 방송 이후 기대 이상의 반응을 안았다. 


전초전이었으나 커다란 어항에 금이 가고, 건물이 무너지고, 집안의 살림살이들이 흔들려 떨어지는 과정이 일사분란하게 이어지고, 그 장면을 마주하며 예기치 못한 공포를 기다리는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장용우 감독은 이 드라마가 보여줄 3회 서울대지진 장면에 무려 9분을 할애했다. “애초엔 12분이 목표였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시간을 줄였다”고 했다. 그렇다 할지라도 9분에 달하는 지진 장면 역시 70분물 드라마로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전조현상을 빼고 등장할 5분 30초~6분 분량의 대지진 장면에는 그 흔한 배경음악조차 입히지 않았다. 지진으로 무너져내리는 서울의 모습을 담아낸 제작진의 자신감이었다. 


영화를 능가하는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 장 감독이 “CG만이 답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이미 거대한 건물 하나가 무너진 장면을 보고난 뒤에 다른 건물들이 줄줄이 무너져내리는 것은 시청자를 놀라게할 만한 요소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제작진은 이에 경기도 이천에 800평 규모의 오픈 세트와 700평 규모의 실내 세트를 통해 지진과 마주한 사람들의 상황을 그렸다. 티(T)자형 세트에 잔해물을 설치하고 배우들이 직접 만질지고 시청자가 그 질감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배우들은 이 공간 안에서 폭발장면을 촬영하고, 먼지에 뒤덮여 뛰어다닌다. 장용우 감독은 보다 실감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같은 장면을 반복해 찍었다. 이미 드라마는 80% 가량 촬영을 마친 상황이지만 지난 22일 이천 세트장에선 3회 방송분의 추가 촬영이 진행됐다. 주조연 배우는 물론 지진을 마주한 모든 출연자들이 난데없이 흔들리는 지진에 몸이 휘청하는 장면까지 장용우 감독과 호흡을 맞춰 진행했다. “컵이 떨어지고, 지하철이 갑자기 멈춰 몸이 충격과 반동으로 쏠렸다 제자리에 돌아오는 모습 등 그 모든 과정은 춤을 추듯 연결된다”며 “배우들과 1시간 내내 함께 연습했다”고 한다.

실제로 장 감독 자신이 “LA에 있을 당시 지진을 경험했던 터라 형용할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기억하는 몸의 경험을 이 드라마에서 풀어냈다. “음악과 대사조차 나오지 않는 5분 30초의 대지진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감을 줄 것”이라는 자신감은 제작진의 노력에서 나왔다.

‘재난’ 드라마이지만 ‘디데이’에 등장하는 지진은 이 장면이 마지막이다. ‘디데이’는 결국 재난상황에 떨어진 외과의사들의 사명감을 통해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드라마를 집필한 황은경 작가는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에 ‘삶은 계속 돼야 한다’는 한 줄의 주제를 적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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