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MBC가 추석특집 2부작으로 선보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새로운 예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8일과 29일 연속으로 방송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방송 전에는 ‘노홍철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방송이 공개되자 대본이나 구성없이 출연자들이 논의하고 결정해서 진행하는 길바닥 예능의 콘셉트가 관심을 끌었다.
노홍철과 길거리 아티스트 료니, 여행작가 태원준, 모델 겸 배우 송원석, 취직이 잘 안되는 이동욱 등 5명의 잉여청춘들은 1인당 18만원으로 동유럽 체코의 프라하에서 출발해 유럽의 서쪽끝 포루투갈의 호카곶까지 도달하는 목표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중간중간 가이드 투어나 초상화 그려주기 등 생산활동을 해 돈을 벌어 비용을 감당했다.
가끔 ‘귀인’을 만나 쾌적한 숙소에서 자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유럽 길바닥에서 먹고 자며 꼬질해지는 잉여청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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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험악하고 삭막하다 해도 잉여청춘들에게 히치하이킹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어 세상은 따뜻해질 수 있는 것 같았다. 스위스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유해진에게 ‘아재 개그‘를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초반 리더는 태원준이었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 ‘잉여들’의 계획은 계속 바뀌었다. 즉석에서 스위스 인터라켄에서의 캠핑과, 스페인 부뇰의 토마토 축제 참여 등을 결정하기도 했다.
스위스에서 ‘귀인’에게 지나친 호의를 받은 ‘잉여들‘은 귀인이 준 많은 음식을 놓고 먹어야 될지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작진은 이런 과정에서 어떤 결정에도 개입하지 않았고. 멤버들은 격론을 벌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의견을 조율해가며 팀워크를 키워나갔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잉여들의 일정과 함께한 손창우 PD도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길거리에서 함께 누워 노숙하며 이들과 함께 했다. 손창우 PD는 “잉여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기 위해 연출자와 카메라 스태프 정도로 극소수의 인원만 동행하며 자연스러운 화면을 담아내는데 집중했다”고 밝혀 이들의 ‘리얼리티’가 진짜배기임을 강조했다.
노홍철을 비롯한 ‘잉여들’은 결국 20일만에 계획했던 유럽의 서쪽끝 호카곶에 도달했고, 여행의 끝에서 한층 성숙해진 그들의 마음가짐 마저 함께 고백하며, 감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여기에 출연한 사람들을 ‘잉여’라고 이름붙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제작진은 분야별 잉여들을 모았다지만 ‘N포 세대’들에게 선뜻 동의하기 여려운 부분이 있었다. 멤버들은 노홍철이 조금 나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각 분야에서 열심히 살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이 모여 유럽 ‘무전(에 가까운)여행‘을 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잉여에도 판타지가 있는 것인지, ‘금잉여’들만 모인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모델 겸 배우 송원석은 한류스타 이민호가 있는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이고, 여행작가 태원준도 베스트셀러를 낸, 여행계에서는 나름 알려진 스타다.
길거리 미술가 료니는 미술계의 오다기리 조라고 불릴 정도로 비주얼만으로도 눈에 띄는데다, 이들중 외국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춘 멤버다. 이동욱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취준생이다. 이들이 우리 시대 잉여청춘들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여기에 ‘흙잉여‘들도 2~3명 정도는 있어야 현실적인 느낌을 더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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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시청률은 1회 3.3%, 2회 3.6%를 각각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