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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자본들인 롯데그룹과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미국에서 호텔 인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하와이 소재 페어몬트 오키드 호텔을 2억2000만달러에 매입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소재 페어몬트호텔을 총 4억 5000만달러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본 매매 계약은 10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페어몬트 호텔은 샌프란시스코 놉힐 지역 메이슨 스트릿 선상에 위치한 5성급 특급 호텔(592객실)로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지난 1907년 문을 연 이래 수많은 외교행사를 유치했다. 특히 지난 1990년 6월 4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과 사상 첫 한·소 정상회담을 한 현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이 각각 1500억원씩 투자한 ‘맵스프런티어 미국사모부동산투자신탁 6-1호’ 펀드를 시드머니로 모자란 금액은 현지 대출을 활용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06년부터 해외 부동산 시장에 눈을 돌렸다. 2006년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를 시작으로 브라질, 미국 등의 오피스 빌딩에 투자해왔고 올해부터 미국 호텔 시장에 눈을 돌려 페어몬트오키드와 페어몬트를 잇따라 인수했다. 최근에는 ‘포시즌스 시드니’, ‘페어몬트 오키드’와 그리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400억원 규모 사모펀드를 조성해 완공한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으며 투자 금액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실례로 이번 페어몬트 호텔 인수에 투자한 4억 5000만달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투자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럭셔리 호텔 사냥에 나서면서 호텔업계의 강자인 롯데그룹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롯데그룹은 최근 뉴욕 맨해튼 소재 팰리스 호텔을 총 8억 5000만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맨해튼을 포함한 세계 주요 도시에서 33개 이상의 호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 측은 뉴욕은 물론 LA 와 시카고 등 미 3대 대도시의 고급호텔을 집중적으로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미 주요 대도시의 고급 호텔 인수를 계획하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 주요 도시에서 이들이 인수할 만한 고급 호텔만을 추릴 경우 사실 매물 수가 한정되기 때문이다.
호텔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관광업계가 살아나면서 호텔의 객실당 거래가격과 숙박료가오르는 추세”라며 “호텔업은 앞으로 수년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지역의 랜드마크로 인정받는 고급호텔의 경우 그 가치가 확실하고 포트폴리오의 격을 높여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