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뮤즈, 연주만으로 충분히 증명했던 정상의 자리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강렬한 사운드가 무대를 넘어 공연장 전체를 가득 채웠다. 좌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좌석과 스탠딩석의 구분은 어느새 무의미해졌다. 수많은 관객들이 제자리에서 뛰자 객석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무대에서 한곡 한곡 흘러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함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일제히 노래를 따라불렀다. 관객들의 체온을 머금은 공연장 내부의 공기는 마치 열대야처럼 푹푹 쪘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밴드 뮤즈(Muse)의 내한공연 현장은 마치 최정상급 아이돌의 무대를 연상케 했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밴드 뮤즈(Muse)가 지난 3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액세스이엔티]

지난 3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뮤즈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밴드 더 루스(The Ruse)의 오프닝 무대로 이미 흥분에 젖어든 관객들은 예정된 시간보다 20분가량 본 무대가 지연됐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대에 오른 뮤즈가 최근 발표한 정규 7집 ‘드론스(Drones)’의 수록곡 ‘사이코(Psycho)’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자 1만 1000여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뮤즈는 내한공연 전 헤럴드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를 통해 “놀라운 이벤트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구상 중”이라며 “한국 팬들이 좋아하는 곡들과 아직 라이브로 들어보지 못한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기대를 당부한 바 있다. 이날 공연은 이 같은 호언장담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밴드 뮤즈(Muse)가 지난 3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액세스이엔티]

뮤즈는 공연 내내 트리오라고 믿을 수 없는 다채롭고 풍성한 사운드로 객석을 압도했다. 매튜 벨라미(기타ㆍ보컬)는 노래를 부르며 동시에 7현 기타와 다양한 이펙터 등을 활용한 화려한 연주를 선보여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크리스 볼첸홈(베이스)은 미디 콘트롤러와 베이스를 결합한 더블넥 베이스로 묵직하면서도 몽환적인 연주를 들려주며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도미닉 하워드(드럼)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연주로 사운드에 탄탄함을 더했다. 비록 세션 건반 연주자가 한 명 추가됐지만 사운드의 핵심은 세 멤버였다. 대형 액정화면과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영상도 공연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 요소였다. 벨라미는 공연 중 틈나는 대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대박” 등 한국어로 감사를 전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뮤즈의 내한공연은 신보 발매를 기념하는 투어의 일환이었지만, 뮤즈는 한국 팬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신곡과 히트곡을 적절히 섞어 세트리스트를 채웠다. 특히 공연 후반부 ‘매드니스(Madness)’를 시작으로 ‘슈퍼매시브 블랙 홀(Supermassive Black Hole)’ ‘타임 이스 러닝 아웃(Time Is Running Out)’ ‘스타라이트(Starlight)’ ‘업라이징(Uprising)’ 등으로 이어졌던 히트곡 무대는 공연장 내부를 마치 폭발할 것처럼 열기로 가득하게 했다. 특히 ‘업라이징’ 무대가 끝난 후 공연장 꼭대기부터 관객들의 손을 타고 내려온 거대한 검은 풍선 20여개는 스탠딩석에 이르러 터짐과 동시에 종이 가루를 흩뿌리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만들었다.

앙코르 무대의 첫 곡은 뮤즈의 대표 히트곡 ‘머시(Mercy)’였고 마지막 곡은 늘 그래왔듯이 ‘나이츠 오브 사이도니아(Knights of Cydonia)’였다. ‘머시’가 무대에서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에 내장된 플래시를 켜며 공연장 내부를 밝혔다. 마치 관객들이 가상 현실 속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상과 함께 펼쳐진 ‘나이츠 오브 사이도니아’ 무대는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한 곡이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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