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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이거야, 원”
한인 A씨는 20일 오전 BBCN으로부터 한장의 편지를 받았다. 이 편지는 다음달 17일부로 계좌 내역서가 새롭게 달라진다는 내용과 함께 문의 전화번호가 담겨 있다. 의례적인 안내문이었지만 A씨는 얼마전 BBCN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좌폐쇄 조치를 통보받은 당사자였다.
A씨는 “이유 불문하고 계좌를 폐쇄한다고 편지를 보내 스트레스를 주더니 계좌내역서가 달라진다고 안내장을 보내니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은행이 이래도 되는 거냐”라며 “그렇잖아도 다른 은행에 새로 계좌를 만드느라 정신없는 참에 이런 편지를 받으니 열불 난다”라고 흥분했다.
BBCN의 안내편지는 고객 리스트를 통해 일괄적으로 발송되는 것인 만큼 특정 고객의 감정을 상하도록 의도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하지만 가뜩이나 일방적인 계좌폐쇄로 여론이 나쁜 참에 그새를 못참고 새 계좌내역서를 안내하는 BBCN의 운영방식은 요령부득이 아닐 수 없다.
BBCN은 자산규모에서 2위 그룹을 2배 가량 웃도는 자타공인 한인 최대은행이다. 하지만 그 서비스나 고객 배려의 수준만큼은 외형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점심 시간이면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데도 텔러 1명만 남겨두고 직원들이 식사하러 나가버리는 관행은 BBCN지점의 ‘문화’처럼 자리잡은 지 오래다. 마케팅 교과서에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상품 판매와 서비스는 3단계로 발전한다. 처음에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이성에 호소해서 판다. 두번째는 꼭 필요하지 않는 기호품이라도 감정을 자극해 판다. 마지막 단계는 같은 물건을 팔때 고객의 영혼을 울려 감동을 줘야 한다.그 단계가 되면 고객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상품을 찾는다”
영혼을 울려 감동을 준다는 말이 너무 ‘오버’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비슷한 물건을 파는데 고객의 감성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단골’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사실 모든 은행의 서비스는 그 규모를 막론하고 대동소이하다. BBCN이 말 그대로 ‘최대, 최고의 한인은행’이 되려면 고객의 감정까지 보듬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해야하지 않을까. 숫자 투성이인 실적만 내세우며 ‘프리미어 은행’이라고 자랑하지만 고객이 외면하는 바에야 무슨 의미가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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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