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MBC에 최적화된 김순옥표 종합선물세트 ★☆
이혜미=방청객 웃음소리만 넣으면 시트콤이라는 의견에 적극공감 ★
정진영=주인공은 금사월인가 신득예인가? 제2의 ’왔다! 장보리’. ★★★☆
KBS2 ‘부탁해요 엄마’
고승희=반복학습이 주는 재미 ★★☆
이혜미=전형적인 가족드라마 문법의 KBS표 주말드라마 ★★
정진영=무언가가 뻔하게 보이는데, 자꾸 보게 되네? ★★★
SBS ‘애인있어요’
고승희=싸구려 재료로 만든 특별식 ★★★☆
이혜미=애절 연기부터 밉상 연기까지… 배우들이 살리네 ★★☆
정진영=섬세한 색감과 수준급 OST가 인상적이나…‘감성 막장’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익히 봐았던 공식을 답습한다. 검증된 흥행요소를 한 데 모았다. 이를 테면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 재벌과 서민, 해체 위기의 가족, 선명한 선악구도 등. 드라마 관계자들 사이에선 “작가가 대본을 쓸 때 흥행 공식을 옆에 적어두고 집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일종의 ‘체크리스트’다. 뻔한 소재에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도 이런 드라마는 ‘흥행불패’다. “애국가를 내보내도 시청률이 나온다”는 주말드라마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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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영 중인 세 편의 주말드라마는 ‘대체로’ 성과가 좋다. ‘내딸 금사월’(MBC), ‘부탁해요 엄마’(KBS2), ‘애인있어요’(SBS)다.
‘내 딸 금사월’은 지난 25일 23.5%(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부탁해요 엄마’는 같은 날 방송분에서 30.3%를 기록, 방영 두 달 만에 30%의 벽을 넘었다. ‘애인있어요’의 시청률(7.6%)은 저조한 편이다. 대신 온라인 화제성이 상당하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콘텐츠파워지수 톱50에서 전주보다 12계단이나 상승한 17위에 올랐다. 세 편(내 딸 금사월 28위, 부탁해요 엄마 37위) 가운데 가장 높다.
세 드라마의 타깃층은 주부 시청자다. 이 시간대에 알아서 드라마를 소비해온 탄탄한 고정 시청층이다. 때문에 “신선하고 실험적인 스토리, 작가정신이 담긴 드라마”를 만들지 않는다. 드라마 제작자들 역시 “익숙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대리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를 선호”(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한다는 것을 진작에 간파했다. “드라마를 보는 패턴 역시 편성에 따라 교육받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막장극이 익숙하도록 코드 전환을 시킨”(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상황이다. “시장에서 수십년 동안 입증된 흥행공식”(하재근 평론가)에 익숙해진 시청자가 있기에 굳이 ‘기존의 패턴’을 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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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막장 ‘내 딸 금사월’=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중인 효자상품으로, 김순옥 작가 작품의 완성형에 가깝다. 작가의 흥행작인 ‘왔다 장보리’(MBC)와 ‘아내의 유혹’(SBS)이 절묘하게 섞였다.
‘출생의 비밀’과 ‘신분 가로채기’(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로 인해 인물간의 선악구도가 만들어진다. 능력자 여주인공(아내의 유혹 구은재, 내딸 금사월 신득예)은 반드시 ‘복수의 화신’이다. “시청자가 익히 알고 있는 코드를 모조리 활용해서 버무린 비빔밥 드라마”(정덕현 평론가)라는 평가다.
이미 알고 있는 코드이기에 한 주쯤 ‘본방사수’를 못했다 할지라도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 익히 봐온 “반복적이고 도식적인 구조”에 “빠른 속도감으로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한 경쾌함”(하재근 평론가)을 얹어 시청률을 높였다.
‘대리만족’의 지점은 ‘권선징악’의 결말로 향한다는 데서 나온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사람들이 답답해하고 화를 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포착해 악인에게 덮어씌우는 방식을 취한다. 즉 ‘욕받이 캐릭터’를 만들어 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며 “상식과 이치가 일치하지 않는 세상의 답답함을 표현하고, 결국 악인을 응징하는 권선징악의 구조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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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가족극 ‘부탁해요 엄마’=KBS 주말드라마의 공식은 ‘가족 절대주의’에 있다. ‘부탁해요 엄마’ 역시 KBS에서 방영한 숱한 히트작의 연장선이다.
억척스러운 엄마(고두심)와 딸의 관계는 위태롭기 그지 없다. 성실한 서민 가정의 딸(유진)은 재벌가 남자(이상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운명이다. 그 남자의 집안엔 어김없이 출생의 비밀이 있고, 우아한 재벌가에선 속물 냄새가 난다.
드라마가 흥미를 높이는 지점은 이름값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찰진 말발이 살아난 대본이다. 구차하고 과장됐을 지라도 지극히 서민적인 대사 사이로 가족의 위기와 화해가 담긴다.
윤석진 교수는 “가족드라마는 부모 자식간의 금기 영역을 깨뜨리면서 이를 복원시키는 결말로 나아간다.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이 아슬아슬하게 오가지만 가정은 깨지지 않는다”며 “가족의 위기를 보여주다가 다시 화합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충족시킨다”고 말했다. ‘가족드라마’ 세계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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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장인듯 막장 아닌 막장 같은 ‘애인있어요’ =‘애인있어요’는 막장극이라고도, 그렇다고 가족극이라고도 볼 수 없는 미묘한 지점에 서있다. 소재(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불륜, 재벌, 후계다툼)는 뻔한데, 접근방식과 방향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설정은 막장인데 기존 막장드라마에선 시도하지 않은 작법이 나온다”고 봤고, 정덕현 평론가는 “같은 소재를 가져와도 방향성을 달리해 다르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애초부터 기억을 잃은 아내의 ‘남편과의 불륜’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드라마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 역지사지의 가치까지 담고 있으나, 결국 주인공 네 남녀를 관통하는 중심소재는 ‘불륜’이다. 드라마는 그러나 막장극의 그 흔한 소재를 ‘로맨스’로 치환했다.
스토리를 놓고 보면 불륜으로 규정될지라도, 네 남녀에겐 모두가 ‘첫사랑’이었다는 공통분모가 나온다. 윤석진 교수는 “몇 개의 변곡점을 놓고 이뤄지지 않는 첫사랑의 신화를 그리며 판타지를 준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변화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전(前) 부부의 모습은 그들의 대학시절과 교차편집되며 ‘청춘멜로’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어폰을 나눠끼고 음악을 듣거나, 무작정 길을 나서 라면을 먹는 상황 설정에 배우들의 연기, 때깔 좋은 영상이 만나니 정통멜로 부럽지 않다. 이은미의 목소리(‘우리 두 사람’)도 궁합이 좋다.
하재근 평론가는 “명품 멜로처럼 영상미를 가미했고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불륜이라고 하지만 하이틴 로맨스와 같은 설정과 영상이 젊은날 로맨스의 욕망에대한 대리만족을 준다”고 봤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