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 CEO 김태욱은 왜 다시 노래를 부를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 사업가로 잘 나가고 있던 김태욱(46)이 왜 다시 노래를 부를까?

김태욱은 웨딩 산업에 진출해 웨딩한류를 이끌고 있고, 최근에는 범위를 더 넓혀 ‘아이패밀리SC’로 상호를 변경하며 글로벌 패밀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런 그가 11년만에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를 발표했다.

록커 출신인 김태욱의 이번 노래는 감성 발라드중에서도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원초적 마초 발라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의 연륜과 애잔한 음악이 합쳐져 듣는 이들의 마음 한 구석을 잔잔하게 울린다.


2000년 성대신경마비 판정을 받고 가요계를 떠났던 김태욱은 꾸준히 연습해 목소리가 예전의 80% 정도 돌아왔다고 했다. 아직 노래를 하면, 마디 끝이 약간 바르르 하고 떨리는데, 김태욱은 이를 기계로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 오히려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감성이 살아났다는 평이다.

김태욱은 “21살에 데뷔해 10년간 5장의 앨범을 냈다. 그 때는 보여줄려고 했고 진정성은 별로 보이지 않았던 음악을 했던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제 마음에 있는, 심장에 있는 걸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창법도 그렇고, 믹싱도 그렇고)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김태욱이 음반을 발매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작곡가의 꿈을 안고 부산에서 상경해 7년전 입사한 직원(이종현 차장)때문이다.

김태욱은 회사를 16년간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회사 비전과 미션을 정립했다. 새로운 성장을 꿈꾸면서 다시 해보자는 뜻으로 김태욱은 직원들과 소통에 나섰다. 지난 3개월간 직원의 취향에 따라 오전, 점심, 저녁 술 자리를 만들어 직원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들었고, 미래의 꿈을 공유하고자 했다. 그러다 이종현 차장과 소주를 마시다가, 그 직원의 히스토리를 접하게 됐다. 이종현은 작곡한 노래를 들고 김형석, 윤일상 등 유명 작곡가들을 찾아갔지만, 작곡가로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김태욱 회사에 입사했다. 미생작곡가인 그는 김 대표에게 “제가 작곡한 노래가 울려퍼졌으면 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김태욱 개인의 문제다. 사업을 하다보니 심신이 힘들어졌다. 외부적으로는 성공한 벤처이고, 게다가 유명 여배우와 살고 있어 성공적인 이미지로 비쳐졌다.

“나도 올인하고 살다 보니 컨디션이 안좋아졌다. 병원에 가도 호전되지 않았다. 공허함도 컸다. 배터리가 닳아버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화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내면으로는 힘들었고, 나혼자 뿐 아니라 회사의 많은 식구들을 책임지는 지휘자로서 책임이 무거웠다. 소주를 마셔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당시 김태욱은 퇴근한다고 회사를 나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집이 아닌 속초를 향한 적도 있었고, 한강 둔치를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한 연주곡 ‘속초에서 만들었던 노래’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이런 김태욱에게 노래가 저절로 다가왔다. “어릴 때에는 멋있게 보이려고 내가 음악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음악이 나에게 왔다.”

사랑할 수 없는 여자 같은 존재인 노래와도 애써 이별한 상태인 김태욱은 라디오에서 김현식의 ‘내 사랑 내곁에‘의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라는 가사가 들려올 때는 ‘이열치열’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고 한다. 음악은 의학이나 과학으로는 풀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음을 알게됐다.

벤처사업가로 바쁘게 살고 있는 김태욱은 그러다 화가 난 모습으로 삐져있는 내면의 진짜 김태욱을 대면했다. 그 진짜 김태욱은 지금의 김태욱에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나는 한물, 아니 열물 간 가수다. 목소리가 아직 20% 정도 장애가 있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무한 연습을 통해 더 좋은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이런 것들이 꿈을 덮고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 노래로 크게 히트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조금이라도 누군가에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한다.”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의 뮤직비디오는 김태욱이 저녁 노을이 진 한강변을 걸어가며 4분 정도 노래하는 걸 원컷원신으로 담아 심신이 힘든 상태를 고스란히 표현했다.

뮤비 사이사이에 배우 김혜은이 등장해 빼어난 눈물연기를 보여주며 심금을 울린다. 절제된 눈물연기를 선보인 김혜은은 “노래가 좋았다. 나는 뮤직비디오에서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속에 있는 그리움 같은 걸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혜은은 “성대마비로 꿈을 접었던 김태욱이라는 가수가 11년만에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감동을 얻었다. 이게 우리 인생 같았다”면서 “여러분의 인생과도 많이 비슷할 것이다. 나도 과거 성악 레슨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김태욱의 노래가 이런 힘이 있더라”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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