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검은사제들(감독 장재현)’은 8일 1088개의 영관에서 54만 8520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누적관객수는 160만 174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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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제들’은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며 고통 받는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뛰어든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개봉 3일만에 100만 돌파, 올해 한국 영화 최단 100만 돌파 역사를 썼다. 이후 4일 만에 160만을 동원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생각보다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희가 목표한 것처럼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다들 고생 많이 하면서 찍었습니다. 반응이 좋아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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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영화 세트장의 환경은 열악하다. 영화에 나오는 세트가 더군다나 옥탑방 같이 좁았기 때문에 환기도 되지 않아 배우들에게 힘든 촬영이었다. 스크린에 비치는 화려한 공간도 세트장일 경우, 페인트 냄새, 더러운 먼지, 답답한 공기 등으로 30분만 있어도 머리가 아파오는데 그곳은 오죽 했을까.
“세트 촬영을 한 달 했어요. 4일 찍고 하루 쉬고 이런 식으로요. 9시 출근 6시 퇴근이 아니다 보니 10시간이 훌쩍 넘어갈 때도 다반사였어요. 어둡고 세트장 청소도 잘 안해서 공기도 안좋았어요. 여러모로 힘들게 찍어서 나온 장면들이었어요.”
엑소시즘, 구마, 악령,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단어와 장면들이 ‘검은 사제들’에서 쏟아져 나온다. 알고는 있고, 짐작은 했었지만, 본격적으로 파고든 작품은 없었다. 낯선 것들로 가득한 ‘검은 사제들’, 대중은 배우 강동원과 김윤석이 주는 신뢰와 연기의 힘을 믿고 따라가야했다. 대부분 이 선택에 만족한 듯 ‘검은 사제들’은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배우로서 여기에 따르는 부담감이나 우려는 없었을까. 강동원의 대답은 생각도 하지 않고 튀어나왔다.
“누가 봐도 생소한 장면들일 거예요. 아무도 본 적 없는 장면들이죠. 혹시 있다면 구마 의식을 하는 신부님 정도이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우려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우려라는 것을 아예 생각도 안했죠. 잘 만들기 위해서 영화를 찍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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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 최부제 역을 맡은 강동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신부님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고 밝혔다. 주변인들의 조언과 자신이 만들어낸 해석으로 문제아지만 순수한, 트라우마를 결국엔 극복해내는 최부제가 만들어졌다.
“아는 신부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시나리오 검토부터 수정까지 해주셨어요. 감독님은 개신교 신자라 천주교랑 살짝 혼선이 있으시더라고요. 아직 검수 받기 전 시나리오를 가지고 신부님을 찾아갔는데 이것저것 고쳐주시더라고요.”
“신학생들이 나이가 있어도 맑더라고요. 맑은 영혼을 가질 수 밖에 없게 생활을 하니까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최부제 성격을 잡았어요.”
최부제는 어렸을 때 일어난 한 사고로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 이 트라우마로 인해 신학생의 길에 들어섰고 자신의 죄를 속죄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영화다보니 트라우마가 극적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배우 강동원에게도 이같은 트라우마가 있냐 물었더니 ‘도덕적인 결벽증’이라고 대답해왔다.
“배우에게는 조그만 실수도 용납이 안되잖아요. 혹시라도 내가 실수해서 매장 당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해요. 엄격한 도덕을 필요로 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정치인에게도 안 들이대는 잣대를 배우에게 들이댈 때도 많고요. 어렸을 때는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이 잘 안서요. 대중이 맞다 하면 거기에 맞추고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라 의문은 있어요. 다양한 표현을 해야 개성 있는 연기가 나올텐데 ‘획일화된 걸 원하지 않나’라는 의문이요. 많은 선배님들이 똑같이 살고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냐란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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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은 최부제의 성장으로 끝맺음을 한다. 이로 인해 시즌2를 염두한 결말이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심심치않게 들려왔다.
“하하. 시즌2를 염려한 건 아니었어요. 이제 최부제도 김신부처럼 살아야하는 운명을 짊어지게 된거죠. 최부제가 애초에 김신부처럼 살고 싶어서 신학대학에 간 것은 아닐거고요. 마지막이 최부제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부터 강동원은 ‘두근두근 내인생’, ‘군도:민란의 시대’ 그리고 ‘검은 사제들’ 앞으로 나올 ‘검사외전’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본업에 매진 중이다. 다른 미디어에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작품에 정진해 자신을 입증하려는 것이리라.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강동원 덕에 관객들은 기쁘지만 다작 활동이 벅차지는 않았을까.
“연기가 재미있기 때문에 힘들진 않아요. 건강은 운동을 꾸준히 해서 관리해요. 최부제 때는 운동을 더 해서 단련했어요. 올해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체력적으로는 벅차더라고요. ‘검사외전’ 때는 정말 힘에 부쳤어요. 저는 힘들 때마다 삼계탕이나 닭죽 먹고 힘내서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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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가려진 시간’에도 캐스팅 됐다. 강동원의 다양한 모습들을 우리는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여기에 매번 180도 다른 캐릭터로 돌아오니 보는 재미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당분간 충무로에 부는 ‘강동원 신드롬’이 멈추는 일은 없을 듯 하다.
“다음에는 다른 장르로 가지 않을까 싶네요. 특별히 도전을 해야지 생각하고 작품을 고르는 건 아닌데 그냥 이건 제 성격인 것 같아요. 어떤 장르의 영화가 크게 성공을 하면 그 장르의 시나리오만 들어와요. 전 솔직히 그걸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더 탄탄하거나 재미있으면 모르겠는데 비슷하다면 제가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작품 고를 때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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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